오피니언

시장 침체 속 인기몰이 중소형 빌딩 투자 "끌리네"

■ 중소형 빌딩 투자 이렇게<br>"안전한 투자처" 부각… 강북·신도시 역세권 빌딩 노려볼만




강남권 수익률 낮아도 환금성 뛰어나… 강북권은 임대수익 상대적으로 높아
상권 형성된 근린생활 빌딩이 안정적… 큰도로 뒤쪽 택하고 유동인구 체크를
일반주거·상업지역 걸쳐있는 빌딩 인기
시세 대비 10%이상 싼 매물 골라야


서울 송파구 가락동에서 작은 병원을 운영하는 A씨는 지난해 세들어 있던 건물 인근의 낡은 4층짜리 빌딩이 싼 값에 매물로 나왔다는 얘기를 듣고 곧바로 35억원을 들여 매입했다. 사들인 건물을 10억원 가량의 건축비를 투입해 5층으로 신축했다. 병원 확장으로 운영 수익이 크게 늘었고, 건물 가치도 현재 55억원 가량으로 평가돼 10억원 정도의 자본소득도 올렸다. A씨는 "철저히 실수요 측면에서 매입하기는 했지만 건물 가치가 상승하니까 기분이 좋다"면서 "빌딩 하나 가질 만 하다는 말이 이제 실감난다"고 말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아파트 시장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지만 빌딩 시장은 예외다. 고액 자산가들은 물론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얻으려는 은퇴자들이 늘어나면서 중소형 빌딩 가격은 고공행진중이다. 특히 임대 수익률은 낮아도 향후 가치상승을 기대할 수 있는 강남권 빌딩의 인기가 높다. 수요는 느는데 매물은 많지 않아 품귀 현상을 빚을 정도다. 웬만큼 입지조건을 갖춘 건물이나 시세 보다 다소 싸게 나온 매물은 내놓기가 무섭게 팔려나간다.

빌딩 투자자들은 자산가치 상승 기대가 큰 강남 지역을 여전히 선호하지만 최근 대로변을 중심으로 빌딩 공급이 많아지면서 공실률이 높아지고 임대 수입이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도 있어 명동이나 동대문ㆍ신촌ㆍ홍대 등 비교적 상권이 발달한 강북 지역 역세권 빌딩에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조민이 에이플러스리얼티 리서치팀장은 "부동산 시장이 양극화되면서 고액 자산가들은 중소형 빌딩을 찾고, 소액 투자자들은 오피스텔이나 도시형 생활주택을 선호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면서 "50억~100억원의 중소형 빌딩 물건을 찾아달라는 의뢰가 꾸준하지만 매물이 많지 않아 거래 성사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대로변에 늘어선 빌딩을 보며 누구나 한번쯤은 '저런 건물 하나 가졌으면'하는 생각을 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고액 자산가가 아닌 일반인들에게 수십~수백억원을 호가하는 빌딩 투자는 말 그대로 '그림의 떡'일 수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부동산 펀드나 리츠와 같은 간접투자상품이 활성화되면서 빌딩 투자의 외연이 크게 넓어졌다. 은퇴 후에 건물에서 나오는 임대수익으로 편안한 노후 생활을 할 수 있으려면 지금부터 빌딩 투자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사례 1. 대기업에서 임원을 지내다 퇴직한 L씨(64)는 최근 서울 강남구 신논현동 인근의 6층짜리 건물을 경매로 시세 보다 저렴한 65억원에 낙찰받았다. 인근에 비슷한 규모의 빌딩 시세가 70억~80억원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낙찰과 동시에 최소 5억원 이상의 시세 차익을 얻은 셈이다. 투자금액을 낮출 수 있었기 때문에 수익률도 6% 이상 나오고 있다. 김씨는 "매입 당시 일부 공실이 있었지만 임차인이 속속 입주하면서 거의 만실 수준에 근접했다"면서 "월세로만 한달에 2,500만원이 넘는 수익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사례 2. 10년 전 강남역 이면도로에 위치한 유흥상가 건물을 50억원에 매입한 P씨(58)는 요즘 임대료를 내지 않는 임차인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매입 당시만 하더라도 수익률이 7%대를 웃돌았지만 경기침체로 매출이 급감한 임차인이 월세를 미납되는 일이 자주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보내고 싶어도 권리금 회수가 어려워진 임차인이 요지부동이다. 이씨는 "그나마 10년 새 건물 가치가 두배로 올라 위안으로 삼는다"면서 "빌딩에 입주하는 임차인과 업종을 잘 골라야 안정적인 임대수입을 올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임대수입을 올릴 수 있는 오피스텔이나 도시형 생활주택과 같은 수익형 부동산으로 투자 패턴이 바뀌었지만 수익형 부동산의 맏형은 역시 빌딩이다. 투자 규모에서나 수익적인 측면에서 빌딩을 능가하는 수익형 부동산은 찾아보기 힘들다.

빌딩은 비교적 안전한 투자처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상업용 빌딩의 평균 수익률은 9%대로, 17%대의 주식 보다는 낮았지만 채권(4%) 보다는 2배 이상 높다. 특히 투자 위험도를 나타내는 변동성지표(표준편차)는 주식이 평균 수익률보다 높은 19.79%를 기록한 반면 빌딩은 평균 2.8%를 기록해 훨씬 안정적이었다.

물론 위험요인도 적지 않다. 경기침체가 지속될 경우 공실률이 늘어나고 임대료가 하락하는 등 투자수익률이 떨어질 수 있다. 도심을 중심으로 대형 오피스 공급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빌딩 투자 때 고려해야 할 점이다.

◇환금성 뛰어난 강남권 중소형 빌딩 '귀하신 몸'=빌딩은 규모에 따라 프라임급, A급, B급, C급으로 나뉘는데 연면적 1만6,500㎡ 이하의 C급 빌딩이 중소형으로 분류된다. 금액으로는 지역과 입지에 따라 차이가 나지만 50억~150억원선이다. 자산가들이 가장 선호하는 금액대는 30억~50억원선이다. 이 경우 20억~30억원의 현금에다 10억~20억원의 대출을 끼고 매입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레버리지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다.


투자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지역은 뭐니뭐니해도 강남권이다. 강남구 일대의 이면도로의 5층 이내 중소형 빌딩은 40억원 이상의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다. 20억~30억원으로 살 수 있는 빌딩 찾기는 거의 불가능하고, 100억원 이상의 비교적 비싼 빌딩도 입지가 괜찮을 경우 매물로 나오기가 무섭게 매수자들이 낚아채 간다.

관련기사



정진택 ERA코리아 이사는 "통상적으로 부동산 시장은 매도자와 매수자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강남권 빌딩 시장은 매도자와 매수자가 모두 많은 특이한 시장"이라면서 "자금력이 뒷받침되는 매도자는 깎아서 팔 생각이 없고 경기 불황을 감안해서 좀 더 싸게 사려는 매수자 간의 입장이 서로 엇갈려 가격 접점 형성이 안되고 있다"고 말했다. 매물은 많은데 가격 조정이 안돼 거래가 이뤄지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린다는 얘기다.

빌딩시장의 경우 강남권은 자본수익을, 강북권은 임대수익을 타깃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오피스빌딩의 경우 강남권역은 지난해 7.26%의 연간 투자수익률을 기록해 중구ㆍ종로구 등 도심(8.87%)과 여의도ㆍ마포권역(9.13%)에 비해 낮았다. 매장용 빌딩도 강남은 6.14%로, 도심(8.23%)과 신촌(7.05%)에 비해 수익률이 떨어졌다. 그러나 강남의 중소형 빌딩은 환금성이 높고, 풍부한 임대 수요로 공실 위험이 작은데다 향후 땅값 상승으로 상당한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는 장점을 지녀 투자자들이 선호한다.

◇강북ㆍ신도시 역세권 근린생활빌딩 투자해볼만= 많은 거래비용을 들이는 만큼 성공적인 빌딩 투자를 위해서는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다. 먼저 입지다. 중소형 빌딩의 입지로는 큰 도로이면을 접한 역세권이 가장 좋다. 교통여건 개선 등 지역의 발전 가능성과 유동인구, 임대수요 등을 체크한 뒤 투자를 결정해야 한다.

지역과 물건이 정해지면 해당 건물의 수익률을 분석해야 한다. 해당 건물의 공실률과 임차인 특성을 분석하고 주변 건물의 공실 상태도 점검해야 한다. 공실률이 20~30%를 넘으면 투자대상에서 빼야 한다. 근린상가가 입점해 있는 빌딩은 공실률이 낮고 환금성이 좋기 때문에 우선 고려대상이다.

하지만 현재의 수익률에 너무 집착할 필요는 없다. 인근의 임대 시세를 파악해 임대차 계약을 갱신하거나 리모델링 등을 통해 건물 가치를 높이면 수익률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의외로 '흙속의 진주'를 찾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굳이 강남권만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강북이나 수도권 신도시 역세권 건물도 개발호재에 따라 건물가치 상승이 기대되는 만큼 매입을 고려해볼 만하다는 것이다.

정진택 이사는 "이대역 같은 상권이 형성된 강북 역세권의 근린생활빌딩은 안정적인 임대수입이 보장된다"면서 "분당 서현동이나 판교, 산본 등 신도시 역세권의 20억~30억원짜리 근생빌딩도 비교적 안전한 투자처"라고 말했다.

◇무조건 싸게 사라= 빌딩 투자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가능하면 싸게 사야 한다는 점이다. 싸게 사서 비싸는 파는 것은 모든 투자의 기본이지만 부동산 시장 전망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추가 하락에 대한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서는 시세 대비 10% 이상 싼 매물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구입가격을 낮추려면 경매를 이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지만 최근 들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낙찰가가 감정가를 육박하거나 상회하기도 하기 때문에 무리한 낙찰은 피해야 한다.

올해 8월부터 일반주거지역과 상업지역 등 두 개 이상의 용도지역에 걸친 대지의 용적률(대지면적 대비 건축물 지상층 총 바닥면적의 비율) 산정 방식이 가중 평균으로 바뀌면서 두 지역에 걸쳐 있는 중소형 빌딩의 호가가 오르는 등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유의할 대목이다.

빌딩 투자는 장단점이 뚜렷하다. 비교적 소액투자가 가능한 오피스텔은 투자자의 관리 부담이 거의 없다. 관리업체에 맡기고 임대료만 받으면 된다. 하지만 빌딩은 다르다.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반면 공실관리에서부터 공간ㆍ자산관리 등 전반에 걸쳐 신경쓸 일이 한 둘이 아니다. 각종 계약에다 임대료, 건물 유지보수 등과 관련해 임차인들과 크고 작은 마찰을 빚을 수도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빌딩 투자를 꺼리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부동산의 소유권과 관리를 신탁회사에 맡기고 이익을 돌려받는 부동산관리 신탁을 활용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성행경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