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스가 지난 7월25일 우리나라 국가신용등급을 기존 A3에서 A2로 한 단계 상향조정했다. 이는 2002년 3월 Baa2에서 A2로 상향조정한 후 무려 5년 만의 일이다. 세계 각국의 국가신용등급은 2003년 이후 매년 수십건이나 상향조정됐다. 그런 가운데 우리나라는 신용등급 상향 대상에서 소외됐다. 경제 펀더멘털이 기조적으로 개선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북핵 리스크가 크게 작용했던 탓이다.
정부의 노력이 적었던 것은 아니었다. 정부는 로드쇼나 해외 기업설명회를 통해 경제 성과나 금융 개혁조치, 평화적 북핵 해결 노력 등을 계속해 널리 알려왔다. 이를 감안하면 이번 국가신용등급 상향조정은 때늦은 감이 없지 않고 상승폭에 있어서도 아쉬움이 적지 않다. 그렇지만 이번 조치는 우리 경제에 대해 단순한 등급 상승 이외에도 4가지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첫째, 국제사회가 우리나라 경제 전망을 밝게 보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2003년 초에는 북핵 위기, 카드채 사태, 급성호흡기증후군(SARS) 등 동시다발적인 복합적 위기 요인으로 국가신용등급 하향조정까지 검토됐다. 그러나 이후 우리 경제는 안정적 기조 속에 서비스산업 경쟁력 제고 및 금융 개방 등을 통해 성장잠재력을 확충해왔다. 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자본시장통합법 제정 등을 통한 경제시스템 구조 개선에도 주력했다. 그 결실이 이번 국가신용등급 상향조정으로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둘째, 그동안 우리나라의 국가신인도에 악재로 작용했던 북핵 위험 요인이 완화되고 있다고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점이다. 무디스는 세계 3대 신용평가사들 중 북핵 리스크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해왔다. 따라서 무디스의 움직임은 올 하반기 및 내년 초 우리나라에 대한 연례평가를 앞둔 피치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에 긍정적인 자극을 주는 효과가 있다.
셋째, 이번 조치로 우리 기업들의 해외자금 조달 비용이 낮아지는 직접적 이익이 있다. 그뿐 아니라 그동안 외국인들의 국내 투자에 걸림돌이었던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 현상의 완화도 기대된다. 실제로 이번 조치 직후 4개 은행 및 7개 공기업의 신용등급이 동시에 올라갔다. 이에 더해 우리 기업이 받을 수 있는 최고 등급인 국가신용한도(Country Ceiling)가 A1에서 Aa3로 상향조정됐다. 더 많은 기업 및 은행들의 신용등급이 추가 상향될 여지가 마련된 것이다.
넷째, 동북아 금융허브를 지향하고 있는 우리에게 유리한 여건이 형성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번 상향조정은 국가 경제의 성적표가 좋아졌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가 세계적 금융기관 및 기업들이 안심하고 활동할 수 있는 지역으로 인정받았다는 의미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용등급 상향조치와 관련해 간과해서 안될 점이 적지 않다. 특히 무디스가 향후 국가신용등급 추가 상향을 위해 필요하다고 지적한 사항들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무디스는 현재의 거시경제적 성과가 지속되고 미래 불확실성에 대비해 정부 부채 비율이 감소돼야 하며 단기외채를 포함한 대외순채권 포지션도 건전하게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요컨대 이제까지의 성과가 지속되는 것은 물론 더 많은 성과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우리나라는 숙원이던 ‘국민소득 2만달러’라는 양적 목표 달성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이번 무디스의 국가신용등급 상향조정은 우리 경제가 양적 성장과 더불어 질적 성장을 이뤘다는 국제 사회의 인증이다.
하지만 A2 등급은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로 볼 때 저평가된 상태라 만족할 수는 없다. 이는 외환위기 이전의 A1 수준보다 낮은 것일 뿐 아니라 경쟁 상대국인 싱가포르(Aaa), 홍콩 (Aa2), 중국(A1)보다도 낮은 점수다. 저평가됐다고 믿는 국가신용등급에 대한 국제전문기관의 제대로 된 평가는 뒷짐지고 앉아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경제 주체 모두가 저평가된 이유와 현실을 직시하고 추가 상향조정을 위해 배전의 노력을 기울여야만 한국 경제가 제 점수를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