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2단도약' 비결을 찾는다] <1> 싱가포르- ④ 8%대 성장의 비결들

中·印급부상에 "기회로 활용하자"<br>"고부가가치 사업 역점…中·印은 생산기지로"<br>'비전 2018'통해 세계적 허브국가 육성 목표<br>구조조정의 고통 딛고 국가 정체성도 대변신

싱가포르는 국가 리스크를 미리 파악하고 ‘비전 2018’이라는 중장기적인 국가 성장전략을 가동중이다. 싱가포르의 상징인 머라이언 상에서 내뿜는 물줄기가 싱가포르의 힘찬 성장을 상징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미니식당 호커는 저렴한 가격과 다양한 메뉴를 앞세워 새로운 명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2003년 부총리겸 재무부장관이던 리센룽 현 싱가포르 총리는 ‘국가 정책보고서’를 발표했다. 리 총리는 보고서를 통해 당시 싱가포르가 처한 위기 상황을 가감없이 지적한 후,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기업가정신과 다원화된 경제시스템을 바탕으로 아시아 및 세계경제의 허브에서 세계일류 도시(Leading global city)로 나아가야 한다는 결론(‘비전 2018ㆍ2018년까지 싱가포르를 세계적인 허브국가로 육성한다는 국가 아젠다)을 내렸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것이 공급사슬(Supplying Chain) 전략. 급성장하는 중국과 인도를 리스크 요인으로 삼기보다는 기회로 활용하자는 것이 이 전략의 골자다. 세부적으로는 싱가포르에서 R&D(연구개발)등 고부가가치 사업을 중점 발전시키고, 중국과 인도는 생산기지로 활용하자는 것. 이를 위해서는 기업구조조정이 뒤따르며 근로자들의 근로 여건이 악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국가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점을 설파했다. ◇2단도약의 전략 ‘비전 2018’= 리센룽 총리가 제안한 ‘비전 2018’의 핵심은 세계경제 네트워크의 핵심이다. 이를 위해 싱가포르 경제성장의 핵심동력인 미국과 EU, 일본과의 자유무역협정을 적극적으로 체결하고 지역적으로는 아세안과의 경제통합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 비행거리 7시간이내의 거리에 있는 인도와 동북아시아ㆍ호주 등을 배후지역으로 하는 허브로의 위치도 공고히 하고 있다. 세부적으로는 국가의 기업가정신을 강화시켜 투자를 유치하고 제조업부문과 서비스부문을 함께 발전시키는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이를 위해 싱가포르는 법인세와 소득세율을 25%에서 20%로 낮추고 기업에 부담이 되고 있는 CPF(중앙적립기금)를 개선했다. 각종 인프라에 있어서도 혁신적인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통신, 항구에서의 각종서비스, 전력, 산업용 토지 등의 사용료를 경쟁력 있는 수준으로 낮추고 있다. 산업구조 개편에도 적극적이다. 제조업은 전자ㆍ화학ㆍ생의학ㆍ나노공학 등 4개의 고부가가치 사업을 집중 육성하고 서비스업은 교육, 의료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했다. 싱가포르의 미래 제조업은 R&D에 집중하며 생산은 공급사슬에 따라 중국ㆍ인도에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싱가포르 성장의 마지막 동력은 국제경쟁력을 갖춘 인재 육성. 싱가포르를 숙련된 기술 및 관리인력, 전세계의 기업가들과 창의력을 갖춘 인재들의 아시아센터로 키우겠다는 것이다. 리센룽 총리는 정책보고서에서 “선진국에 접어든 만큼 고도성장은 어렵겠지만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런던ㆍ뉴욕ㆍ보스톤 등과 같은 지식기반의 활동과 인재들이 모여드는 허브가 되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고민에서 출발한 성장전략= 싱가포르가 국가 위기에 직면한 것은 우리나라가 외환위기를 겪은 시점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지난 97년 동남아시아를 휩쓸었던 금융위기는 고도성장을 달리던 싱가포르의 발목을 잡았다. 연이어 터진 9.11테러, 발리테러 등 불안정한 사회분위기는 외국인의 발길을 중국과 홍콩으로 돌리는 결정타가 됐다. 여기다 2000년 들어서며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등 주변국들의 위협도 싱가포르의 목줄을 죄여오고 있다. 실제 최근 몇 년 사이 말레이시아는 항만시설을 확충해 다국적 해운사들을 유혹하고 있다. 국내 해운업체의 경우도 한진해운을 제외하고 나머지 해운사들이 좀 더 싼 말레이시아로 옮겨간 상태다. 전통적인 강세를 보였던 금융도 인터넷의 발달로 주춤한 상태다. 세계 유명 금융기관들이 앞다퉈 아시아지사를 설립했던 싱가포르는 요즘 홍콩ㆍ상하이 등으로 아시아금융허브의 명성을 뺏기지 않을까 걱정이다. 특히 중국과 인도가 21세기 글로벌 경제의 주인공으로 급격히 부상하면서 싱가포르는 ‘국가 정체성 180도 변신’을 결심하게 됐다. 현지 안내인은 “중국과 인도가 각광을 받을수록 아시아 지역에서 싱가포르의 위상은 애매모호하다”며 “아시아 거점국가로 활약하기에도 전략적 가치가 예전만 못해졌으며, 기술이나 인력 및 사회간접자본의 수준도 (주변국들과) 점차 격차가 줄어드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내부적으로도 싱가포르는 갈림길에 서있다. 급속한 경제성장의 단계는 지나갔으며, 주변국들의 국제화와 중국의 부상은 싱가포르의 환경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리센룽 총리는 정책보고서에서 “근로자들이 지금껏 겪어보지 못한 실업의 고통을 당할 수도 있다. 정부의 재정형편도 어려워 질 것이다. 저성장으로 세입증가율은 둔화될 것이다. 과거에는 별로 어렵지 않았던 재정부문의 흑자유지가 앞으로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실인식은 하지만 40년 가까운 국가적 금기 영역을 허물어뜨려 ‘크레이지 호스(Craze Horse)’를 안마당으로 끌어들이는 용기로 나타나고 있으며, 의료와 교육 등 다양한 분야로 뻗어가기 위한 국가적 노력으로 표출되고 있다. 취재진이 둘러본 싱가포르는 다가올 사회 전반의 성장통을 크게 겁내는 모습이 아니었다. 이미 변화의 문턱을 넘어서 구조조정의 고통만큼이나 새로운 창조와 변혁의 재미를 만끽하려는 자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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