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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칼럼] ADHD 오해와 진실(5)

좋아하는 일에만 집중때도 의심을

김미경 성북아이정신과의원 원장(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바둑에 대단한 재능이 있는 초등학생 정호는 한번 바둑알을 잡으면 몇 시간을 놓지 않는다. 때문에 바둑반 선생님은 정호가 머리도 좋고 집중력이 대단하다고 늘 칭찬했다.

문제는 바둑을 제외한 다른 생활에서는 이러한 집중력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공부를 할 때는 5분도 안 돼 들락거리고 밖에서 작은 소리만 나도 나와서 무슨 일이냐고 묻는다. 학교 수업시간에는 졸거나 딴생각을 하고 때로는 엉뚱한 이야기를 꺼내 분위기를 망치기도 한다.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에 대한 흔한 오해 한 가지는 바로 이 질병의 이름 때문에 생긴 것이다. 병명에 주의력이 '결핍'됐다고 하니 평소 아이의 주의력 문제를 의심하던 부모라도 정호와 같이 특정 과제에 높은 집중력을 보이는 경우 ADHD일 리 없다고 치부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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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은 그렇지 않다. ADHD 아동의 주의력 문제는 '좋아하는 일'에 집중하더라도 자신의 의지대로 '해야 하는 일'에 집중할 수 없다는 데 있다. 대부분의 ADHD 아동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일부 과제에서는 높은 집중력을 발휘한다. 예를 들어 컴퓨터게임에 집착을 보이거나 레고게임에 과도하게 빠지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정작 해야 할 숙제나 학습 등에는 집중하기가 어렵다.

주의력은 크게 네 가지 구성요소로 이뤄져 있다.

첫번째는 대상에 초점을 맞출 수 있는 능력이고 두번째는 그 초점을 길게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이 두 가지 요소가 기본적인 주의력을 형성한다. 세번째는 주의력을 전환할 수 있는 능력이다. 한 가지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하더라도 다른 것으로 주의를 이동해야 할 때는 빨리 새로운 곳에 주의를 부여할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주의를 적절한 비율로 배분하는 분할능력이다. 높은 기술력의 사륜구동 자동차는 상황에 따라 앞ㆍ뒷바퀴에 동력을 적절하게 배분해 언제라도 최고의 성능을 낸다. 이처럼 동시에 벌어지는 많은 일들의 우선순위를 정해 적절한 수준으로 주의를 배분하고 그 비율을 조정하는 능력도 주의력에 해당한다.

ADHD 증상이 심한 아이들은 주의력의 기본적인 부분부터 문제를 보인다. 그러나 증상이 심하지 않거나 인지적 능력이 높은 아이들은 배분 및 전환능력만 약점일 수 있다. 이 아이들은 좋아하는 한 가지 일에 과집중하고 해야 할 일에 적절한 주의를 배분하지 못해 문제를 겪는다. 따라서 일부 과제에 집중할 수 있다 하더라도 일상생활의 상당 부분에서 주의력과 자기조절에 실패할 경우에는 ADHD를 의심할 수 있는 만큼 소아정신과 전문의와 상담해 해결책을 강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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