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현대車, 박수 받기는 이르다

한동수 기자<산업부>

국내 자동차업계에 새봄을 맞아 낭보가 하나 전해졌다. 현대자동차의 뉴EF쏘나타가 미국의 권위 있는 소비자 잡지인 ‘컨슈머리포트’로부터 미국에서 판매되는 차량 중 ‘가장 결함이 없는 차(the most trouble-free vehicle)’로 선정됐다는 소식이다. 발행부수만 540만부에 이를 만큼 미국에서 폭넓은 독자층을 갖고 있는 컨슈머리포트가 설문조사를 통해 ‘뉴EF쏘나타의 결함률이 2%에 불과하다’고 아주 후한 점수를 매긴 것이다. 컨슈머리포트의 평가는 현대차가 지난 76년 수출전선에 나선 후 20여년 만에 세계시장에서‘왠지 석연찮은 차’에서 ‘고객들에게 믿음을 주는 차’로 변신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쾌거다. 그러나 아직 샴페인을 터뜨릴 때는 아니다. 세계 자동차시장은 여전히 미국ㆍ일본ㆍ독일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다. 컨슈머리포트의 평가 하나로 현대차가 세계적인 자동차업체로 올라선 것은 절대 아니다. 찬찬히 뜯어보면 이번 평가는 현대차가 잔고장이 없는 차량이라는 점을 인정받았다는 것이지 편안함과 즐거움을 주는 명차로서는 평가를 받지는 못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실제로 컨슈머리포트의 평가에서도 국산 자동차는 미국 대중들로부터 다시 구입할 만큼 가치 있는 차량은 물론 올해의 추천모델 10위권에 포함되지 못했다 또 현대차의 다른 모델인 그랜저XG나 싼타페ㆍ엘란트라(국내브랜드명 아반떼)ㆍ티뷰론 등에 대한 평가는 뉴EF쏘나타처럼 대단하지 않다는 것도 현대차가 자만해서는 안되는 이유다. 이번 조사에서 엘란트라의 경우 100대당 결함률은 평균 5%수준이었고 그랜저XG는 무려 10%에 달했다. 특히 티뷰론(국내 브랜드명 투스카니)은 스포티 카(Sporty Car) 부문에서 가장 신뢰할 수 없는 차(Least Reliable)로 선정되기도 했다. 자동차는 누가 뭐라 해도 일정 수준 이상의 소비자들에게는 신분의 상징이다. 때문에 현대차가 세계적인 위상을 갖춰가겠다면 지금부터는 명차의 향기를 품도록 노력해야 한다. 뉴EF쏘나타는 품질이 우수하지만 같은 회사에서 만든 티뷰론을 믿을 수 없다면 미국시장에서 현대차의 브랜드 이미지는 사상누각일 수 있다. 뉴EF쏘나타의 품질평가에만 집착하지 말고 티뷰론에 대한 평가에도 귀를 기울이며 품질경영에 더욱 주력해야 한다. 내년 컨슈머리포트에서는 오는 5월부터 미국 앨라배마공장에서 생산될 NF쏘나타와 티뷰론을 비롯한 현대차의 모든 차량이 올해보다 더욱 향상된 평가가 나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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