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현대 자구계획 내용·의미

현대 자구계획 내용·의미 4개 小그룹 분리 "사실상 그룹해체" 현대, 자구안 이후의 재계 현대가 이번에 마련한 1조2,974억원대의 자구계획은 매각 및 매입 대상과 가격이 구체적으로 명시돼 그동안의 자구안에 비해 실현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자구안 확정에 걸림돌이었던 계동사옥은 계열사들이 끝까지 매입을 거부, 추후에 위탁매매방식 등을 통해 매각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번 자구안의 큰 특징 가운데 하나는 사실상의 그룹해체. 이미 계열분리된 자동차그룹에 이어 현대중공업, 현대전자가 당초 예상보다 조기에 분리되고, 현대종합상사 까지 독립경영 체제를 유지하게 된다. 또 건설은 현대상선 보유주식 전량(8.69%)를 매각, 300억원 가량의 자금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현대건설은 기존의 지주회사의 지위를 완전히 상실하게 됐다. 실상 정몽헌(MH) 현대 아산 이사회 회장계열의 현대그룹은 소그룹의 모습을 유지하게 된다. ◇최종 자구계획 및 의미=회장과 정주영전명예회장 등 오너 일가의 사재출자를 포함한 총 1조2,974억원규모다. MH가 20일 발표한 현대건설 자구계획은 ▦정주영 전명예회장의 회사채 출자전환(1700억원) ▦정 전명예회장의 자동차 주식 2.69% 매각후 출자(900억원) ▦정몽헌 회장 보유주식 매각후 출자(400억원) ▦서산농장 매각(6천억원) ▦계동사옥 매각(1,620억원) ▦인천철구공장 매각(400억원) ▦건설보유 상선주식 매각(290억원) ▦기존 자구(1,664억원) 등이다. 계동사옥은 당초 중공업에 매각키로 했다가 중공업이 반발하자, 상선으로 다시 상선과 엘리베이터 등 계열사들이 분할매각하는 방법이 검토되는 등 진통이 계속됐고, 끝내 결론을 짓지 못했다. 11월말까지 계열사에 매각을 추진하되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외환은행에 사옥 매각문제를 일임키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는 계동사옥(1,620억원) 매각을 포함한 자구안을 발표한다는 당초 계획에서 빗나가면서 시간만 끈 결과가 됐다. 또 기아자동차에 매각키로 했던 전자 계열사인 현대오토넷(800억원)은 자구계획에서 빠졌다. 이번 자구계획의 핵심인 서산농장은 그동안 알려진 것처럼 토지개발공사의 위탁매매를 통해 일반 매각해 6,000억원을 조달할 예정이다. 농장신청자의 경쟁률이 7대1이 넘어 자금조달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건설이 보유한 인천철구공장은 인천제철에 400억원에, 상선주식 8.69%(896만2,000주)를 290억원에 매각키로 했다. 또 정몽헌 회장과 정주영 전 명예회장이 사재출자와 출자전환 형식으로 3,000억원을 지원한다. 정 회장은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 지분중 일부를 처분해 400억원대를, 정 전 명예회장은 현대차 지분 2.69%(940억원)를 팔아 모두 건설에 출자키로 했다. 정 전 명예회장은 또 자동차 지분을 매각해 보유하고 있는 1,700억원대의 건설 회사채를 출자로 전환하기로 했다. 이 돈은 건설의 유동성 지원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지만 창업자가 사재를 출자전환, 건설의 경영에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였다는데 의미가 있다. 현대는 이와함께 그룹을 건설과 상선, 현대아산을 주축으로 재편하며 건설은 김윤규 사장과 김재수 부사장 등 기존 경영진을 교체하고 인력감축 등 고강도 경영개선도 추진할 계획이다. 한편 현대건설은 자구계획에도 불구하고 4조2,000억원이 빛이 남는다. 건설경기가 침체되어 있는데다 정부에서 발주하는 물량도 줄어 일감이 없다. 최소한 이자를 갚을 정도는 벌어야 하는데 그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건설경기가 좋아지지 않는다면 이번에 마련한 자구계획은 단기 유동성 지원에 그칠 수 밖에 없다. ◇재편되는 현대=MH의 본가와 MK의 자동차 소그룹, MJ의 중공업 소그룹, MH계에서 떨어져 나와 별도로 독립하는 전자 소그룹등으로 전면 재편된다. 특히 금융계열사인 현대증권, 현대투신, 현대투신운용은 조속한 시일안에 미국 AIG와 매각협상을 마무리, 경영권을 넘기기로 함으로써 MH계열은 소그룹의 모습을 유지하게 됐다. 이날 발표에서 주목을 끄는 대목은 조기계열 분리. 현대전자는 내년 상반기까지 계열분리를 끝내기로 했고, 현대중공업도 당초 2002년 상반기에서 6개월 앞당겨 내년말까지 계열에서 분리시키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MH계열은 건설과 새로운 지주회사인 상선을 대표로 엘리베이터와 석유화학을 거느리게 된다. MK 계열은 현대차와 기아차, 차 부품 생산업체인 모비스, 오토넷, 인천제철, 강관 등이 중심이다. MK는 한층 강화된 지배력으로 차그룹을 이끌어 나갈 것으로 보인다. MK의 현대차 지분은 3.65%로 우호지분인 자사주 10.38%를 합해도 14.03%에 불과하다. 현대모비스는 이번에 정주영 전 명예회장으로부터 2.69%를 사들임에 따라 지분이 10.09%를 확보,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됐다. MK는 현대차에서 우호지분을 모두 합할 경우 24.12%의 지분을 확보, 차그룹의 지배력을 크게 강화하게 됐다. MJ 계열은 중공업, 미포조선 등 조선회사와 고려산업개발, 울산종금으로 이루어 진다. ◇재계판도의 재편=현대의 자구계획은 현대뿐 아니라 재계 전체의 판도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재계 순위 1위에 올라있던 현대는 이미 계열분리된 현대ㆍ기아자동차 그룹에 이어 현대중공업과 현대전자의 계열분리로 4개 소그룹으로 쪼개지면서 세력이 크게 약화된다. 하지만 현대 본가와 분리 소그룹들은 모두 10대 그룹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는 지난해 자동차 소그룹의 분리로 재계 순위가 1위(자산 88조6,000억원)에서 삼성(67조4,000억원)에 이어 2위(54조6,000억원)로 밀려난데 이어 전자와 중공업 소그룹이 분리되면 다시 5위(25조4,000억원)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에서 분리된 자동차 소그룹(34조원)은 재계 5위에서 4위로, 전자(20조4,000억원)가 7위, 중공업 소그룹(11조8, 000억원)은 10위에 진입한다. 채수종기자 입력시간 2000/11/20 19:20 ◀ 이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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