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크게 늘고 있는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의 적자보전액이 내년에는 사상 처음으로 2조원을 넘어 2조2,176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공무원연금은 1조2,684억원, 군인연금은 9,492억원이 부족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두 연금 모두 올해보다 30%씩이나 늘어난 규모다. 국민연금과 달리 공무원ㆍ군인 등 특수직역 연금에 대한 개혁작업이 늦어지면서 국민 혈세로 공무원ㆍ군인의 노후를 책임지는 일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군인연금은 지난 1973년 적자를 낸 후 매년 적자폭이 늘어나 곧 1조원을 넘고 오는 2050년이 되면 4조5,000억원 적자를 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공무원연금 역시 마찬가지다. 2002년 기금이 바닥나 매년 1조원가량을 정부 보조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연금이 적자를 보이면 연금보험료를 늘리거나 지급액을 줄이고 공무원 수도 축소하는 등 대수술을 단행해야 한다. 그러나 이 정부는 공무원 늘리기에 여념이 없고 연금개혁 작업도 지지부진하다. 노무현 대통령은 공무원연금 개혁을 수차례 다짐했지만 1월에 정부가 내놓은 개혁시안은 보험료를 올리되 퇴직금도 올려주는 방식의 ‘눈 가리고 아옹’에 그쳤다. 그마저도 공무원단체가 반발하자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재정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기획예산처는 여전히 올해 안에 개혁기반을 마련하고 행정자치부도 연말까지 공무원연금개혁안을 국회에 내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올해 말 대통령선거에 이어 내년 국회의원선거 등 정치일정을 감안하면 정부의 의지대로 개혁작업이 성과를 거둘지 의문이다.
그런 점에서 프랑스와 독일이 밀어붙이고 있는 연금개혁 작업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이 크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정부 등 공공 부문을 대폭 축소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31개인 장관직을 15개로 줄이고 퇴직 공무원의 3분의1을 충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공무원 수를 대폭 축소하기로 했다. 노동단체의 파업 위협에도 불구하고 공기업연금 개혁을 밀어붙이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역시 공무원 감원, 각종 연금 축소작업을 벌이고 있다. 공무원ㆍ군인연금의 개혁은 작고 효율적인 정부에서 출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