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환율 급등따른 외환시장 불안정 주가급락 ‘주범’/기아 조기해결 난망 투자심리 위축 불러/자금시장 전망 암운/한통주 상장 대기/수급불안 더욱 심화「현재 주식시장의 여건은 초대형 악재들로만 둘러싸여 빠져나갈 빈틈이 없는 사면초가 양상이다.」
증권 전문가들은 최근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되며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는 것을 두고 주가하락 요인만 있을 뿐 상승 요인을 찾기 힘든 위기국면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실제로 최근 주식시장은 ▲기아그룹 사태 ▲미달러화 대비 원화환율 상승 ▲자금시장 불안정 등 하나하나가 모두 메가톤급인 대형 악재들로 둘러싸여 있다.
정부가 주식시장 안정을 위해 이미 하반기중에 외국인 주식투자 한도를 23%에서 26%로 3%포인트 추가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으나 주식시장을 둘러싼 대형 악재들을 일거에 해소시키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증권 전문가들은 최근 주가하락의 가장 큰 요인을 외환시장 불안정으로 꼽고 있다.
강창희 대우증권 상무는 『원화환율이 상승하면 통상 국내 기업의 수출경쟁력이 강화된다는 점에서 호재로 받아들였으나 최근에는 일본의 엔화환율도 동반 상승함에 따라 국내 기업의 수출 경쟁력 제고라는 효과가 반감하고 있다』며 『오히려 환율상승으로 국내 기업의 외화차입금에 대한 금융비용 부담과 환차손이라는 부작용만 부각되는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 때문에 정부가 외국인 주식투자한도를 추가확대해도 국내 주가 하락과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들이 투자시기를 지연하거나 투자 자체를 꺼릴 가능성도 높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미달러화 대비 원화환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외국인들의 주식순매도 규모는 지난 8월 한달간 9백52억원이었으며 이달들어서도 지난 20일까지 1천1백25억원을 기록, 불과 두달도 안되는 기간동안 2천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기아그룹 사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것 역시 주식시장의 발목을 붙잡는 주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기아그룹이 이날 법원에 화의신청을 제출한다는 방침을 밝힘에 따라 제3자 인수 등을 통해 기아사태가 조기에 해결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사라진 것은 물론 협력사들의 대규모 도산사태가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감으로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됐다.
증권 전문가들은 기아사태 해결이 파행으로 치달음에 따라 비슷한 처지의 진로그룹, 대농그룹에 대한 우려감이 재차 부각되는 데다 여타 한계기업에 대한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고 전한다.
게다가 정부가 추석직전에 방출된 통화를 어느 때이고 환수할 수 밖에 없다는 점도 기아그룹 사태와 맞물려 추석이후 안정세를 되찾아가던 자금시장 전망을 불투명하게 만들어 주가하락을 부추기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 밖에 주식시장 내부적으로도 ▲신용융자잔액이 고객예탁금을 7천억원가량 웃도는 역전현상과 ▲시가총액으로 11조원에 달하는 한국통신 주식의 상장 대기등이 증시의 수급불안정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한국통신 주식 상장문제는 특히 정부로서는 예산확보와 대국민약속이라는 두개의 짐을 해소하기 위해 올해중으로 상장을 강행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돼 가뜩이나 수급이 불안정한 주식시장에 공급물량 부담을 두드러지게 하고 있다.
증권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 『현재의 주식시장 여건을 개선시킬 근본적인 처방이 없다는 것이 더욱 문제』라며 『정부가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하고 있다.<김형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