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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 후의 환상(천사와 씨름하는 야곱, 1888년작, 스코틀랜드국립미술관 소장)' '황색 그리스도(1889년작, 올브라이트녹스아트갤러리 소장)'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1897~1898년작, 보스턴미술관 소장)'. 빈센트 반 고흐, 폴 세잔과 더불어 20세기 미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폴 고갱(1848~1903)의 3대 걸작이다.
오는 14일 서울시립미술관 본관에서 막을 올리는 '낙원을 그린 화가 고갱 그리고 그 이후'전에서는 전시 사상 세계 최초로 고갱의 3대 걸작이 한 자리에 모인다.
35살 다소 늦은 나이에 전업화가의 길을 선택한 고갱의 110주기를 맞아 한국일보 고갱 전시본부와 서울시립미술관이 공동 주최하는 이번 전시는 그의 일대기를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는 점에서 벌써부터 세간의 화제를 불러 모으고 있다.
여느 화가보다 세계 여러 곳을 떠돌아다닌 고갱, 그는 어쩌면 태생 자체부터 여행자였는지 모른다.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나자마자 신변의 위협을 느꼈던 진보 성향의 언론인 부친과 가족을 따라 페루행 배에 몸을 실었다. 1887년에는 파나마에서 마르니크로, 1889년에는 퐁타방에서 르 풀뤼로, 그리고 1891년에는 타히티로 떠났다.
이번 전시는 고갱의 예술 세계를 양분하는 브르타뉴 시기(1873~1891년)와 폴리네시아 시기(1893~1903년)의 대표작 60여점을 모아 그의 발자취와 예술의 의미를 심도 있게 조명하는 국내 최초의 회고전이다.
인상주의 그늘 아래에서 자신의 독창성을 찾아 헤매던 고갱은 1887년 서인도 제도의 프랑스령 식민지 마르니크에서 친구 라발과 함께 5개월간 머물며 회화의 새로운 길에 눈을 뜬다. 이후 프랑스 브르타뉴의 작은 마을 퐁타방에서 인상주의 화가들이 답습하던 자연을 모사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현실과 상상을 결합시킨 상징주의 회화가 탄생시킨다. 브르타뉴 시기를 대표하는 걸작이자 인상주의와의 결별을 알리는 상징주의의 대표작 '설교 후의 환상'과 '황색 그리스도' '황색 그리스도가 있는 자화상' 등이 탄생한 것도 이 시기다. 서양미술사에서 1889년을 고갱에 의한 근대 회화의 시작점이라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국적 정서가 가득한 폴리네시아 시기는 1897년부터 1898년 초반에 제작된 '우리는 어디서…'에 의해 한 획을 긋는다. 1897년은 고갱이 예술가로서 사명을 하나의 작품에 다 쏟아부은 기념비적인 작품이 탄생한 해로 그는 이 작품을 정점으로 그의 예술과 삶은 종점으로 기울어간다.' 특히 폭 4m에 달하는 벽화 양식으로 고갱 작품 가운데서도 가장 큰 데다 지난 50년 동안 단 3번의 외유만 가능했던 보스턴 미술관의 대표적인 소장품이다. 3년간의 섭외 작업 끝에 극적으로 국내에 첫 선을 보이는 고갱 예술의 백미라 할 수 있다.
한편 고갱의 작품은 전 세계에 뿔뿔이 흩어져 있어 한 자리에 모으는 것이 쉽지 않았다. 이번 전시에서는 전 세계 30여곳의 미술관에서 대여한 작품을 선보인다.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 런던 테이트, 파리 오르세미술관, 모스크바 푸시킨 국립미술관, 일본 시즈오카 현립미술관과 개인소장품 등 총 60여 점의 작품을 전시한다.
서울시립미술관 고갱전은 한국 첫 고갱 전시라는 기록과 함께 전시사상 최고 보험평가액 기록을 세웠다. 세계 각지 미술관의 소장품 60여점을 대여해온 이번 전시의 보험평가액은 총 1조 5,000억 원. 2007년 반고흐전에서 기록한 1조원을 훨씬 웃돈다.
관람료는 성인 1만 3,000원, 청소년 1만원, 어린이 8,000원. 오전 10시부터 밤 9시까지 관람할 수 있으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다. 전시는 9월29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