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잔치는 끝나가는가.' 전국경제인연합회가 4일 발표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이런 의문을 갖게 만든다.>>관련기사
기업인들이 그만큼 경기를 좋지 않게 보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가 어려워질 조짐이 보일 때마다 기업인들의 경기전망이 안 좋게 나오는 게 일반적이지만 전경련의 발표는 비관적 전망 일색이다. 정말로 경제가 어려워질까.
◇엇갈리는 시각과 전망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경제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성장률을 목표치인 6%대 초반에서 5%대로 하향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은 '현재와 같은 기조가 계속되면 내년에는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경련이 조사한 기업인들의 전망도 이런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정부도 경기에 대해서는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긴급경제장관회의'가 열린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정부의 시각과 전경련의 조사가 차이를 보이고 있다. 경기에 대한 정부의 공식입장은 '아직까지는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나가고 있으며 좀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것. 급격하게 위축되고 있는 기업인들의 경기전망과는 분명한 거리가 존재한다.
똑같은 통계에 대한 해석도 엇갈리고 있다. 전년동월 대비 5.4% 증가한 지난 6월 중 산업생산을 놓고 정부는 증가세가 둔화했지만 월드컵에 전력하며 자동차업계의 파업을 겪었다는 여건을 감안하면 만족할 만한 수준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기업과 일부 민간연구소는 산업생산증가율의 급감과 설비투자 감소세의 반전을 들어 실물경제 회복세의 둔화를 강조하고 있다. 7월의 수출실적도 21개월 만의 두자릿수 증가율 달성과 비교시점인 지난해 7월의 부진에 따른 기술적 단순 반등이라는 상반된 해석이 가능하다.
재정경제부 내에서도 '좀더 지켜보자'는 신중론과 '성장세 둔화를 인정하고 선제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 혼란스럽게 오가고 있다. 누구도 자신 있게 상황을 진단하고 전망할 수 없을 만큼 확실한 게 없는 탓이다. 전경련의 조사결과는 이런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경제주체들의 체감경기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오는 9월 이후에 방향 잡힐 듯
우려대로 나빠질지 아니면 대외충격을 이겨내며 성장을 이어갈 수 있을지는 3ㆍ4분기 미국기업들의 추정실적이 나오기 시작하는 9월 이후에나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바꿔 말하면 9월까지는 크게 나빠지지는 않지만 서서히 악화하는 가운데 국내외 재료, 특히 미국발 뉴스에 가슴을 졸여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국내경기의 불확실성도 그만큼 높아질 것으로 우려된다.
전경련의 경기전망BSI도 당장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미국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걷힐 때까지 체감경기를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물론 전망BSI가 9개월 만에 최저를 기록하면서도 아직까지는 '호전'과 '악화'의 기준선인 100 이상을 유지하고 있지만 급속하게 악화하고 있는데다 실적BSI는 이미 100선 아래로 떨어졌다는 점에서 심리적인 파급효과는 적지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급반등을 반복하는 국내증시, 환율ㆍ금융시장부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경기에 달렸다
우리 경제의 상황이 미국보다 양호한 것은 사실이다. 주가가 하락하고 있지만 미국보다는 낙폭이 크지 않고 금융시장도 상대적으로 안정돼 있는 편이다.
뉴욕증시 주가하락을 부채질한 회계투명성에 있어서도 국제적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수출도 견조한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미국경기가 더 악화하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경제구도하에서 전세계 국내총생산(GDP)의 40%를 차지하는 미국의 경기불안이 장기화할 경우 충격은 불가피하다. 정부도 이 같은 점을 감안, 이달 중순 이전에 경제장관회의를 열어 국제금융시장 여건, 미국경제 불안에 따른 원화환율 변동 등 국내영향을 점검하고 대응방안 마련에 나설 예정이다.
예상보다 빠르게 정부의 거시정책이 변경될 가능성도 있다. 지난주 말 미국증시가 악화된 경제지표의 영향으로 이틀 연속 급락하고 중남미경제까지 흔들려 한국경제에 대한 부정적 전망도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권홍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