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명 사법처리 가능성검찰이 28일 현직 은행장 4명을 출국금지한 것은 한보 부도사태와 관련한 금융권 수사를 본격화하겠다는 신호탄이다.
이는 대출 은행과 한보간의 「대출 커넥션」을 밝히기 위해서는 이들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검찰은 향후 은감원의 고발 자료 및 압수수색 서류를 검토한 뒤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이들을 소환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검찰이 한보철강에 대출한 18개 은행 중 수사 대상 1순위로 꼽는 곳은 제일(1조7백83억원), 산업(8천3백26억원), 조흥(4천9백40억원), 외환(4천2백12억원) 등 한보 대출 순위 상위 4개사다. 따라서 일단 이들 4개 은행장은 검찰 수사의 핵심 인물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검찰이 가장 눈여겨 보는 시기는 문민정부 출범 이후인 95년부터 96년 사이로 4개 은행의 대출이 집중된 시기다.
이 시기에 4개 은행의 은행장을 지냈던 인사는 이철수 전제일은행장, 신광식 현제일은행장, 김시형 산업은행장, 우찬목 조흥은행장, 장명선 외환은행장 등 5명이다. 여기에 한보가 당진제철소를 착공할 92년 당시 산업은행 총재로 재직하면서 저리의 설비자금 대출을 주도한 이형구 전노동부장관까지 포함시키면 금융계 1차 조사 대상자는 6명으로 늘어난다.
이들은 아직까지 참고인 자격이다. 그러나 수사의 전개에 따라 이들 중 1∼2명은 사법처리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검찰이 수사 초동단계에서 현직 은행장을 출국금지한 사례는 드문 일이고 보면 검찰로서도 이들에 대한 나름대로의 첩보를 입수했음을 반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들 6명중 이 전제일은행장과 이 전노동부장관이 가장 먼저 소환될 것으로 보인다.
제일·외환은행의 경우 담보 부족액이 각각 1천5백31억원과 1백58억원에 이르는 데도 거액의 대출이 이뤄진 점이 주된 수사 대상이다. 이 전제일은행장이 재직하던 지난 93년 5월 이후 제일은행의 한보에 대한 여신 규모는 93년 2백40억원에서 94년 5천2백억원 대로 급상승하고 95년에는 8천5백억원 대에 달했다. 이 전제일은행장은 지난 95년 부도난 유원건설을 한보에 넘겨줘 특혜 시비를 일으키기도 했다.
또 산업은행은 지난 92년 「무리」라는 업계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한보가 당진제철소를 착공할 당시 거액의 설비자금을 저리로 대출해 준 점과 대출외압 의혹이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
수사 결과 대출커미션 수수가 확인되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수재 혐의로 사법처리된다. 특히 대출비리와 관련, 이미 검찰에 구속돼 재판까지 받은 이 전제일은행장과 이 전노동부장관은 또 다시 법정에 서는 수모를 겪게 된다.
아무튼 18개 대출 은행 중 서울·충청은행 등 나머지 14개 은행도 대부분 담보를 넘는 대출을 해준 이상 검찰의 수사를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여 사상 최대의 금융권 대출비리 수사가 전개될 전망이다.<성종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