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 성적이 좋으면 한번 욕심을 내볼래요."
올해 한국여자프로골프 신인왕과 상금왕, 다승왕, 올해의 선수상 등 4관왕을 예약하다시피 한 '슈퍼루키' 송보배(18.빈폴골프)가 제주 나인브릿지골프장에서 '제2의 안시현' 탄생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지난해 안시현이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깜짝 우승을 차지하면서 하루 아침에'세계여자골프의 신데렐라'로 등장한데 이어 무혈입성한 미국 무대에서도 신인왕을꿰차는 '신화'를 만들어낸 출발점이 바로 나인브릿지골프장.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CJ나인브릿지클래식(총상금 135만달러) 출전권을얻은 12명의 한국여자프로골프 선수 가운데 안시현의 신화를 되풀이할 선수로 송보배가 뜨고 있다.
송보배는 제주 출신. '골프여제'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도 무릎을 꿇었던 변덕스런 날씨와 마구잡이로 불어대는 바람 등 제주 날씨가 송보배에게는 너무나 익숙하다.
지난 26일 대부분의 선수들이 연습 라운드를 포기할만큼 강하고 차가운 바람이부는 가운데 송보배는 거뜬히 18홀을 모두 돌았다.
"이런데서 어떻게 18홀을 다 돌았느냐"는 질문에 송보배는 "제주 날씨가 이 정도는 보통이죠"라며 아무렇지도 않다는 표정이었다.
이미 한국오픈 2연패로 기량은 검증된 송보배에게 날씨에 대한 적응력은 더할나위없이 좋은 무기가 되는 셈이다.
제주에서 골프를 배워 다른 국내 선수들이 다소 생소한 양잔디 페어웨이와 거친러프, 그리고 한라산 때문에 생기는 그린의 착시 현상 등도 송보배는 낯설지 않다.
하지만 송보배는 욕심을 밖으로 드러내려 하지 않았다.
"제2의 안시현은 송보배라고 한다"고 주변에서 부추기자 "아닌데~ 저보다 잘 치는 선수들이 얼마나 많는데요"라며 손사래를 쳤다.
송보배는 "세계적인 선수들과 한 무대에서 겨룬다는 게 영광스럽다"면서 "내 기량껏 치겠다는 것이 첫째 목표"라고 나이답지 않게 몸을 낮췄다.
하늘같이 여기던 소렌스탐도 출전했고 한국에서 신인왕, 상금왕을 사상 최초로동시 석권한 대선배 박세리(27.CJ)와 박지은(25.나이키골프), 김미현(27.KTF), 그리고 부러운 선배 안시현 등 내로라하는 강호들 앞에서 '우승이 목표'라고 말하기가쑥스럽다는 것.
그렇지만 "우승하고 싶지 않다는거냐"고 다그치자 "첫날 성적이 중요한데 1라운드 때 성적이 좋으면 한번 욕심을 내보죠 뭐"라며 속내를 드러냈다.
일찌감치 제주에 내려와 집에 머물면서 강훈련을 쌓아온 것도 '큰 일을 내보겠다'는 다짐 때문.
'제2의 안시현'이 탄생한다면 주인공은 송보배가 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전망이 어떤 결말을 낼지 관심사다.
(제주=연합뉴스) 권 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