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부품소재 국제화 펀드 만들자

신용웅 <부품소재투자기관協 회장>

정부는 지난달 부품ㆍ소재산업 발전전략을 대통령께 보고했다. 오는 2010년까지 국내 부품ㆍ소재산업을 세계적 공급기지로 만들겠다는 내용이다. 매출 2,000억원 이상 또는 수출금액 1억달러 이상의 글로벌 소싱(Global Sorucing)이 가능한 중핵 부품ㆍ소재기업 300개사를 육성한다는 게 골자다. 세계적으로 부품ㆍ소재를 조달해 쓰는 추세가 바로 글로벌 소싱이다. 가격과 품질만 맞으면 지역과 연고를 가리지 않고 조달해 쓰는 것이다. 기술도 글로벌소싱 시대 삼성ㆍLG 등 국내 대기업들이 그러할진대 선진국 업체는 말할 것도 없다. 글로벌 소싱에 참여할 수 있는 업체를 적극 육성한다는 데는 모두가 공감한다. 다만 그 구체적 실천방안에 대해서는 좀더 면밀한 검토를 거쳐야 한다. 정부는 부품ㆍ소재기업 육성의 핵심전략을 기술혁신으로 보고 다양한 전략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기술혁신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기술의 개발(develop)보다는 획득(acquire)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이는 기술혁신의 눈부신 속도 때문으로 연구원을 수백명 고용해서 기술을 개발하는 것보다 전세계 수백만명의 연구원들에게서 나오는 아이디어나 기술을 아웃소싱하는 것이 효율적인 전략으로 평가된다. CDMA 기술이 그렇다. 우리가 개발한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획득해서 지속적으로 기술적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비밀스러운 개발보다는 세계를 무대로 한 외부와의 적극적 기술개발 협력을 추진하는 게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중핵 부품ㆍ소재기업의 육성을 위해서는 이런 패러다임의 변화를 잘 소화해낸 실천적 지원방안이 필요하다. 국내 부품ㆍ소재기업이 개발한 핵심기술을 바탕으로 해외로 진출하게끔 시장개척을 도와주고 전략적 투자자를 확보해주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1차적으로 개발된 핵심기술을 해외 수요기업의 요구에 맞게 수정ㆍ보완ㆍ접목하고 시장성을 확대해서 세계시장에 진출하는 일이 더욱 중요해졌다. 여기에다 세계 각지에 산재한 기술들을 조합해 국내에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게 하는 일도 시급한 과제다. 이런 일들을 하기 위해서는 국제적 개념의 펀드 설립을 고려해볼 만하다. 기술 라이선싱, 기술기반의 합작투자 등의 형식으로 국내 부품ㆍ소재기업들의 기술수요를 맞춰주고 이들의 해외진출을 도와줄 수 있는 전문적 펀드를 말한다. 이는 국내 벤처펀드의 개념으로는 해결하기 힘들다. 규모나 전문인력면에서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국내 벤처캐피털회사만을 상대로 한 정부의 펀드 결성 지원방식에서 벗어나 세계적으로 실적을 인정받는 전문운용기관들의 참여가 필요하다. 국제적 개념의 펀드가 운용돼야 할 또 하나의 이유는 전문인력의 문제다. 부품ㆍ소재기업들이 핵심기술을 전세계적으로 아웃소싱하는 데 있어 부딪히는 난관은 이를 도와줄 전문인력이 국내에는 거의 없다는 점이다. 물론 기술의 가치평가를 위한 기관과 네트워크가 있고 이들의 능력을 배가시키기 위한 정부의 노력도 많다. 그러나 기술 이전이나 획득을 도와줄 전문인력의 개념이 조금 바뀌어야 한다. 국내에서는 기술의 가치평가에 많은 공을 들이는 느낌이다. 물론 꼭 필요한 일이기는 하다. 그러나 기업의 기술 이전과 획득은 가치평가보다는 기술에 관련된 권리들을 어떻게 보호하고 관리해주느냐가 핵심이다. 해외투자가들 관심 높아 기술 이전을 통한 기업의 가치증대활동은 거의가 법적인 과정을 통해 이뤄진다. 기술 이전에 특화된 해외 전문펀드의 운용인력 대부분이 변호사들인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이제는 국내 부품ㆍ소재산업도 글로벌 소싱에 참여할 기반이 조성됐다고 본다. 그동안 정부의 지속적 관심 덕에 연구개발(R&D)형 부품ㆍ소재기업들의 성공 사례가 쏟아지고 있다. 그만큼 저변도 확대되고 해외투자가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참에 세계적인 부품ㆍ소재산업 공급기지를 달성하기 위한 참신하고 구체적 실천 방안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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