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美 경제처방책 다각 논의

■ 그린스펀-오닐 긴급회동앨런 그린스펀 FRB 의장, 폴 오닐 재무장관 등 미국 경제의 조타수들이 긴급 회동, 미국 경제에 어떤 처방을 내 놓을지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미국의 경제, 특히 테러 사태 이후의 미국 경제에 대한 진단은 어느 정도 나온 상태다. 이와 관련, 부시 대통령은 지난 16일 미국 최고위층 지도자로서는 처음으로 미국 경기의 후퇴가 불가피하다는 언급을 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동시다발 테러가 미국의 경제에 영향을 주는 것에 의문의 여지가 없다"면서 "특히 테러 응징에 따른 군사행동이 미국 경기의 마이너스를 이끄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번 미국 경제 수뇌부들의 회동에서는 경기 후퇴 불가피를 전제로 한 부양책 마련 및 후유증 최소화 방안이 집중 논의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경기 부양책 마련이 최대 이슈 될 듯 영국의 연구기관인 옥스퍼드경제예측(OEF)은 이번 미국의 테러 대참사를 '하나만 더 얹어도 낙타의 등골을 부러뜨리는 지푸라기'로 비유했다. 그렇지 않아도 침체 국면의 벼랑에 서 있는 미국 경제에 치명타가 될 것이란 얘기인 셈이다. 이는 통계 지표로도 어느 정도 확인이 되고 있다. 크레디스위스퍼스트보스톤(CSFB) 투자은행은 이번 테러 사태는 미국의 3, 4분기 경제 성장률을 각각 0.8%씩 떨어뜨릴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미국은 지난 8월 산업생산이 0.8% 감소하는 등 11개월째 하락 곡선을 그리고 있고, 실업률 증가로 소비심리마저 급속 냉각되고 있어 '긴급 처방'을 하지 않을 경우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에 의한 실질적인 경기 침체를 벗어나기 힘든 상황이다. 이에 따라 부시 행정부는 최근 새로운 차원의 감세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세금의 추가 환급을 통한 소비심리 진작을 통해 경기 위축을 최대한 방어한다는 전략의 일환이다. FRB 역시 지난 17일 0.5%포인트의 금리를 인하한데 이어 필요할 경우 내달 2일에 개최되는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또 한차례의 금리인하가 단행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이번 미국 경제 수뇌부 회동에서는 이 같은 경기 부양 대책들을 종합 점검하고, 거시적인 차원에서 해법을 모색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한 일부 회의적인 시각에도 불구하고 침몰 위기에 몰린 항공산업에 대한 지원대책 마련도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물가 불안에 대한 대책 마련도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물론 미국은 현재 저물가로 인플레에 대한 압력이 크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테러 사태 이후 일부 지역에서 휘발유 사재기가 발생하고 있고, 개전에 따른 유가 앙등의 우려도 있는 만큼 미리 물가 다져놓기를 시도할 공산이 크다. ◆ 통화정책 조율 여부도 관심 이번 미국 경제 수뇌부의 회동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대목은 통화정책에 대한 그린스펀 의장와 오닐 재무장관의 '입 맞추기' 여부. FRB는 지난 17일 올들어 여덟번째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물론 이번 금리인하는 테러 사태 직후의 단기쇼크에 대응하는 성격이 강했지만 앞으로 1~2 차례의 금리인하가 더 필요할 것으로 경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시장 동요를 확실히 진정시키고 경기를 진작시키기 위해서는 또 다른 주사약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올 연말 미국의 연방기금 금리가 2%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점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지속적 금리인하는 강(强) 달러 기조를 유지하려는 오닐 재무장관의 입장과는 상당히 상충적인 관계에 놓일 수 밖에 없다. 통화정책 운용의 딜레마인 셈이다. 현재 달러화는 불안한 미국 경제 상황을 감안해 내리막 길을 걷고 있는데, 여기에 FRB의 금리인하는 달러 약세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금리인하는 달러표시 자산의 수익률을 떨어뜨려 미국으로 유입되는 해외 자본의 감소를 불러오고, 이는 재차 달러 약세로 연결되는 악순환의 연결고리 역할을 할 공산이 크다. 이 같은 우려로 인해 미국은 최근 일본과의 공조를 통해 달러 방어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일본은 도쿄 외환시장에서의 달러화 급락이 지속되자 지난 17일에 이어 19일에도 시장에 개입했다. 결국 미국의 통화정책은 증시 활성화로 대변되는 경기 부양이 우선이냐, 달러 방어를 통한 금융시장 안정이 우선이냐 하는 기로에 선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따라서 이번 그린스펀 의장과 오닐 재무장관의 회동은 통화정책의 조율이 최우선 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구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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