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악의 강진과 그에 따른 쓰나미, 화재, 원전 폭발 등 이번 대지진 사태로 일본의 경제적 피해 규모가 3,000억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는 예측이 제기된 가운데 일본 경제 당국이 천문학적인 피해를 수습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돈 풀기'에 돌입한다.
일본 지지통신은 일본은행이 지진 여파로 요동치는 금융시장 안정과 원활한 자금결제를 위해 14일 공개시장조작 정책을 통한 긴급자금을 시장에 방출할 계획이라고 13일 보도했다. 자금공급 규모는 수조 엔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행은 앞서 지난해 5월 그리스 채무위기로 세계 금융시장이 충격에 휩싸였던 당시에도 이틀 연속 하루 2조엔(약 244억달러)씩을 긴급 방출한 바 있다. 월요일 금융시장이 열리기 전에 자칫 패닉에 빠질 수 있는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지지통신은 주 초반 주식 및 채권 시장이 요동칠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시중은행들이 재해지역의 유동성 공급을 위해 통장을 분실한 경우에도 예금을 지급해주기로 하는 등 비상조치를 취하기로 함에 따라 자금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보고 일본은행이 이 같은 긴급조치를 내렸다고 분석했다.
일본 시중은행들은 재해지역에서 통장이나 현금카드를 분실한 예금주가 면허증 등 신분증을 제시하면 10만엔까지 예금인출을 허용하고 주택자금 저리 융자 및 법인에 대 어음 무담보대출 등을 실시할 방침이다. 주말 내 불안에 떤 주민 및 이재민들의 자금 수요가 몰리고 본격적인 피해복구 작업이 시작되면 14일부터 막대한 자금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은행은 또 신속한 대응을 위해 당초 14일부터 이틀간 열릴 예정이던 금융정책결정회의를 하루로 단축하고 시장 안정을 위한 유동성 확보 및 금융시스템 유지 방안 등 금융 당국의 포괄적인 대응 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단기적인 재정투입 계획도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재무상은 우선 지진피해 구조활동을 위해 지난 2010년도 예산의 예비비 잔여분인 2,038억엔을 활용하겠다는 방침을 12일 밝혔다. 아사히신문은 민주당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간사장이 "우선 이달 내 내년도 예산을 확정한 뒤 내년도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피해 복구에 투입해야 한다"고 말했다며 정부가 당면한 복구작업에는 올해 예산 예비비와 내년도 예비비를 합친 총 1조엔가량이 투입될 방침이라고 전했다.
하루가 다르게 피해규모가 불어나고 있는 만큼 이번 사태의 피해대책 재원 규모는 당분간 확정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1995년 한신 대지진 당시 복구비용이 총 3조2,298억엔에 달했던 점을 감안할 때 광범위한 쓰나미까지 동반한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이번 대지진에 소요될 재원은 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재난관리회사인 에어월드와이드는 이번 강진 및 쓰나미에 따른 경제 피해액이 총 3,240억달러(364조엔)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12일(현지시간) 밝혔다. 회사의 한 관계자는 "피해규모가 파악될 때까지 정확히 추산하기는 어렵다"면서도 강진과 쓰나미의 직격타를 받은 4개 현에서 보험에 가입된 재산을 근거로 산출한 피해액이 각각 3,000억달러와 24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다른 재난위험평가업체 EQECAT는 그보다 작은 1,000억달러 규모의 피해를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