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FTA 열매 잘 거두려면


우리나라는 여러 면에서 세계 신기록을 경신해왔다. 경제발전론 차원에서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압축 경제성장의 대표적 기록을 세운 성공 사례로 거론되지만 동시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자살률ㆍ교통사고율이 가장 높은 국가라는 신기록도 세웠다. 이에 더해 최근에는 국제거래에서 관세 등의 국제거래비용을 낮춰 경제적 이익을 도모하려는 자유무역협정(FTA) 추진 과정에서 국론 분열과 국력 낭비 신기록을 세우고 있다. 또 다른 세계 신기록은 FTA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깊어지면서 전국민이 저마다 특혜무역협정의 하나인 FTA의 경제적 효과 분석 전문가가 됐다는 점이다. 갈등 키우는 정치게임 멈추고 최근의 세계 신기록들은 우리 민족의 민첩성을 자랑할 수 있는 증거라고 기뻐하기보다는 엽기적 신기록들을 반복해서 생산하게 만드는 우리 사회와 정치체계의 구조적 문제점을 되돌아보게 한다. 국제경제학을 공부해온 필자가 이해하기로 FTA는 국가 간 거래에서 관세를 중심으로 한 국제거래비용을 낮춰 자원 배분의 효율성을 높여 경제적 이익을 달성하려는 노력이다. 지난 1948년 관세무역일반협정(GATT) 출범 이후 꾸준한 무역 자유화의 결과로 OECD 회원국 간 평균 관세율은 3.0% 이하로 낮아졌다. 그런데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한미 FTA의 상대국인 미국이 우리 수출제품에 부과하는 평균 실행관세율은 1.5%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가 이미 무관세로 수출되고 있고 자동차의 대부분도 미국 현지에서 생산하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 경제의 무역의존도가 90%를 웃도는 등 대외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FTA를 통해 해외시장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가는 것은 그 자체로 의미를 갖는다. 따라서 한미 FTA에 포함된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조항이 우리나라의 주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며 다른 모든 민생 문제를 제쳐두고 국회를 파행으로 몰고 가는 야권의 전략도, 평균 1.5% 수준인 실행관세율을 인하하는 FTA가 우리 경제를 세계 초일류 경제로 만들 것이라는 장밋빛 희망을 확대 재생산하는 데 집착하는 여권의 전략도 또 하나의 부끄러운 세계 신기록을 만들어낼 뿐이다. 평균 1.5%인 실행관세율을 낮춰 미국 시장에 대한 접근 기회를 확보하기 위해 다른 모든 것을 포기하며 국민들 사이에 적국(敵國) 간보다 깊은 갈등의 골을 파는 '자살골 넣기'정치 행각은 두고두고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를 것이다. 여야가 한미 FTA를 당리당략(黨利黨略) 차원에서만 다루는 바람에 비준 문제는 정치 게임이 돼버렸다. 한미 FTA를 둘러싼 괴담들도 넘쳐난다. 온갖 괴담들이 유행하는 이유는 괴담 없이는 견뎌내기 너무 힘들어진 팍팍한 현실 때문이다. 감당할 수 없는 서민들의 삶의 무게가 괴담으로 나타난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는 정치인들이야말로 괴담 생산 세계 신기록을 만들어내는 주인공들인 것을 그들만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세제개혁 등 사회통합 힘써야 FTA 괴담은 FTA가 서민들의 삶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서민들의 삶의 무게를 덜어줄 수 있음을 구체적 정책으로 보여줄 때 제 발로 이 땅을 떠날 것이다. 정치권과 정부는 시장 개방과 산업환경의 급변으로 취업을 못하거나 실직한 젊은이와 서민들이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취업ㆍ재취업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등 튼튼하고 효율적인 사회 안전망 구축에 열정을 쏟아야 한다. 이를 위해 고소득층이 납세능력에 부합하는 세금을 내도록 세제개혁을 서둘러 성장의 밑거름인 사회 통합에 주력해야 한다. 1.5%의 관세 인하를 위해 우리 사회가 치유할 수 없는 생채기를 남겨서는 안 된다. FTA 발효로 인한 과실(果實)은 사회통합 정책이 선행될 때 비로소 알차고 풍성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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