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12월 15일] 지방행정의 정치화

민선 지방자치단체장은 정치가일까 아니면 행정가일까. 민선이라는 말에는 선거에 의한 정무직이라는 의미가 포함돼 있으므로 정치가에 가까울 것이다. 지난 1995년 자치단체장이 선거로 선출되면서 우리나라 지방행정은 급속히 정치화했다. 지방행정의 정치화는 본래 주민과 행정이 밀접해짐을 의미했으나 이제는 지방행정과 중앙정치의 동조(同調)를 의미하기도 한다. 자치단체장은 물론 기초의회 의원까지 정당공천이 이루질 정도로 지방행정이 중앙정치와 매우 가까워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방행정은 효율과 실용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 정치과정과 다른 개념을 가지고 있다. 마찬가지로 지방행정을 책임지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장도 일반적 정치인과 다른 마인드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를 정확히 구분 짓고 따르기 어렵다. 오히려 지방행정의 정치화 추세로 일부에서는 ‘행정적 자치단체장’보다 ‘정치적 자치단체장’으로서의 행태를 기대하고 이 때문에 행정적 판단과 정치적 판단 사이에서 고민할 일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지방행정의 정치화가 중앙정치와의 공조를 의미한다고 했지만 역설적으로 중앙정부에 대한 불신을 낳기도 한다. 최근 정부의 국책사업은 자치단체 간 경쟁과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공모(公募)사업으로 추진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유치지역 선정과정이 투명하지 못하거나 특히 정치적 판단이 개입될 경우 지자체는 사업을 유치하기 위해 사업의 내실을 기하기 위한 논리를 개발하기보다는 정치적 배경에 기댈 우려가 크다. 결국 국책사업 유치 공모가 지역 간 힘겨루기로 변질될 경우 특정지역 소외론이나 차별문제가 대두되는 등 지방행정의 발전을 후퇴시킬 수 있다. 1991년 지방의회 출범부터 17년의 역사를 가진 우리나라 지방자치제도는 아직 뿌리를 내리지 못한 현재진행형이다. 일부에서는 우리나라에 지방자치가 필요한지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지방행정의 근본적 문제는 중앙권한의 지방이양, 지역균형발전 등 지방행정을 올바로 성장하게 할 수 있는 뒷받침이 부족했다는 점이며 무엇보다 지방행정이 중앙정치에 예속돼온 점에서도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지방행정의 정치화가 중앙정치와의 주종관계를 의미하지 않듯 행정구역개편이나 국책사업 유치 지역 선정 등에서 이제 지방의 논리가 우선돼야 한다. 그리고 지방자치의 공과를 논하기에 앞서 우리나라 지방자치에 대한 중앙정치권의 시각을 바르게 정립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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