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더블클릭] 종이호랑이


 단순한 선과 소박한 풍경으로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만든 고(故)장욱진 화백. 그의 화폭에서 까치와 함께 가장 많이 등장한 동물이 호랑이다. 현실에서는 백수의 제왕이지만 ‘호작도(虎鵲圖)’의 그림 속에 등장할 때는 전혀 무섭지도 용맹하지도 않다. 오히려 어린아이, 까치와 함께 노니는 귀엽고 인간미 넘치는 모습은 호랑이인지 고양이인지 모를 민화 속의 그것과 꼭 닮았다.


 △조선시대 실학파의 거두 연암 박지원은 ‘호질’에서 호랑이를 “슬기롭고 어질고 엉큼스럽고도 날래고 세차고도 사납기가 그야말로 천하에 대적할 자 없다”고 표현했다. 평균시속 45㎞, 한번 도약에 4~5m를 뛰며 한번 물면 소 목뼈도 부러뜨리는 가공할 파괴력을 지녔으니 그럴 만하다. 하지만 그것도 야생에서나 그렇다는 얘기지 용맹함을 잃으면 애완동물 취급을 받거나 조롱거리가 되지 않으면 다행이다.

관련기사



 △도 때론 무서운 힘을 발휘한다. 1957년 11월18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세계 공산당 대표자 회의에서 당시 중국 주석이었던 마오쩌뚱은 “미국이 핵무기를 갖고 있지만 며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방과 유화정책을 펼치고 있는 소련에 대한 정면 도전이었다. “도 핵이빨은 있다”는 흐루시초프의 반격을 몰고온 이 연설 이후 중국과 소련은 결코 화해할 수 없는 길로 들어섰다. 가 산 호랑이의 힘을 반쪽으로 갈라놓은 셈이다.

 △‘’론이 다시 등장했다. 최근 중국 외교부 브리핑에서 “미국과 일본이 방공식별구역을 무시했으니 가 된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변인이 “의 함의를 찾아보는 게 좋겠다”고 맞받아치면서다. 는 미국이라는 뜻. 같은 일이 우리 외교부에서 벌어졌다면 어떤 답변이 나올지 궁금하다. 과연 ‘가 아니다’고 말할 수 있을까./송영규 논설위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