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자본시장 새패러다임을 찾아서] 15. 홍콩

97년 중국으로 주권이 넘어간뒤 IMF위기를 맞으면서 아시아 금융맹주의 자리를 위협받던 홍콩이 홍콩판 실리콘밸리 건설이라는 야심찬 프로젝트로 새천년 사이버 금융거래를 주도하는 아시아 금융맹주로의 명예회복에 나섰다.홍콩의 센트럴(中環)은 뉴욕 맨하탄의 월스트리트에 해당한다. 특히 교역광장(EXCHANGE SQURE)엔 증권거래소인 홍콩연합교역소(香港聯合交易所)와 함께 세계 유수의 금융기관이 모여 있다. 다국적 기업이 아시아지역의 교두보를 확보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좁은 면적에 전세계 금융기관과 기업의 현지법인이 모여있다 보니 밀집도는 월스트리트를 능가한다. 건물과 건물 사이는 공중보도(空中步道)격인 스카이워크(SKY WALK)로 연결돼 있다. 이 곳도 작년초까진 IMF(국제통화기금)의 한파에 떠밀려 임대료가 싼 곳으로 이사하거나 아예 본국으로 철수하는 사무실이 많았다. 하지만 차츰 외환위기에서 벗어나면서 최근에 다시 교역광장 빌딩의 사무실이 채워지고 있다. ◇싱가포르의 위협과 상하이의 도전 홍콩은 센트럴지구 금융가를 중심으로 세계 42개국의 증권, 은행 등 금융기관 440개사 대부분이 밀집해 있다. 세계 100대은행 가운데 85개(지난해 상반기 기준)가 진출해 있고, 50대 투신사중 30개가 활동하고 있다. 인가은행만 무려 165개나 된다. 하지만 지난 97년 주권반환뒤 곧바로 IMF위기를 맞으면서 홍콩의 미래에 대해 회의적인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싱가포르의 도전과 중국의 규제 사이에서 아시아의 금융메카 자리를 넘겨줘야 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싱가포르는 아시아 금융맹주를 노리고 일찌감치 정보인프라 구축과 다국적 기업 유치에 나섰다. 실제로 IMF이후 금융기관 종사자중 싱가포르로 옮겨간 인원이 홍콩으로 들어온 숫자보다 3배가량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도 상하이(上海)를 국제적인 금융도시로 키우겠다는 복안을 지니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조그만 남부항구도시 홍콩 특별행정구보다 본토에 금융산업의 무게중심을 두고자하는 의도다. 장승철(張勝哲) 현대증권 홍콩법인장는 『홍콩은 산업기반이 금융과 부동산에 한정돼 있고 중국의 규제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다는 게 약점』이라고 설명했다. IMF이후 홍콩은 싱가포르의 견제와 상하이의 도전 사이에서 또다른 위기를 느끼고 있는 상태다. 중국의 개방속도는 빨라지고 외국기업은 속속 중국과 직거래에 나서고 있어 중국으로 통하는 관문이라는 것만으론 자위할 수 없기 때문. ◇「사이버포트」로 거듭난다 이에 따라 홍콩정부가 눈을 돌린 곳은 첨단기술 분야. 타이완(臺灣), 싱가포르 등 동남아에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아시아판 실리콘밸리 건설에 가세했다. 아시아 금융·물류의 중심 항구도시라는 강점을 살려 아시아 전자상거래의 중심지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다. 홍콩판 실리콘밸리 건설에 정부보다 먼저 나선 이는 30대 테크노크라트인 리차드 리(33). 리는 현재 홍콩정부와 합작, 텔레그라프만에 7만8,000평 규모로 정보통신 산업단지인 「사이버 포트」(CYBER PORT)를 건설하고 있다. 투자금액은 홍콩달러로 137억달러(미화 17억7,000만달러). 내년부터 2007년까지 단계적으로 완공될 예정이다. 추진중인 계획에 따르면 사이버포트엔 500개의 컴퓨터 관련기업, 5개의 사무실 타워, 3,000개의 아파트 주택등 첨단 복합단지가 들어선다. 이미 마이크로소프트와 IBM, 야후, 시스코 등 미국의 14개 기업이 입주 의향서를 체결했다. 「홍콩의 빌 게이츠」로 통하는 리는 지난 98년부터 미국의 월스트리트와 실리콘밸리의 시너지 효과를 강조하며 정부를 설득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 홍콩정부는 민간투자를 주도한다는 입장에서 사이버 포트가 리차드 리의 구상인 점을 감안, 건설 부지를 무료로 제공했다는 후문이다. 실제로 현지에선 사이버 포트 계획이 부동산과 증시 경기를 살리고 실업률을 즐이는 등 부수적인 경제효과를 발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밖에 민간기업도 작년부터 인터넷 및 정보통신 산업에 속속 진출하고 있다. 선홍가이 부동산은 지난해 건물에 전자상거래 설비를 공급하는 사업등 8가지 사업에 1억달러를 투자한다고 발효했다. 또 지난 1월에는 리카싱의 충공홀딩은 허치슨 암포아, HSBC 등과 함께 3억달러 규모의 전자상거래 회사를 설립했다. ◇배후도시 센젠의 급부상 홍콩이 첨단 기술도시로 거듭나기 위해선 견제하면서 활용해야할 도시가 있다. 중국과의 경계선을 맞대고 있으며 상하이와 함께 증권거래소가 있는 센젠(深土+川)시다. 센젠은 불과 20년전만 해도 한가한 어촌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덩샤오핑(鄧小平)의 개혁·개방 노선에 따라 중국의 첫 경제특구로 지정된 뒤 급성장했다. 특히 지난 90년대부터는 정보통신등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국내외 기업의 아시아지역 사업부가 속속 들어와 홍콩의 강력한 경쟁도시로 떠올랐다. 센젠엔 현재 1500여개의 컴퓨터 부품회사와 500여개의 소프트웨어업체, 200여개의 첨단기술 연구소가 자리하고 있다. 또 지난해 9월말 현재 하이테크제품 수출액은 66억6,700만달러로 중국 하이테크제품 수출총액의 3분의 1을 차지했다. 홍콩에서 전철로 불과 50분 거리에 있는 센젠시의 급부상에 대해 홍콩인 가운데는 첨단기술산업의 기반을 뺏기지 않을까 걱정하는 이도 있다. 하지만 둥젠화(董建華) 홍콩 행정장관은 『홍콩과 배후의 센젠등 광동성 지역은 경쟁보다는 서로 역할 분담하는 측면이 더 크다』고 말한다. 중국의 입장에선 홍콩의 금융·첨단기술과 센젠의 전자·정보통신 산업단지를 묶어 시너지효과를 창출하겠다는 구상이다. 실리콘밸리의 벤처기술과 월스트리트의 자금력을 벤치마킹하는 홍콩. 그 의지가 예사롭지 않다. 배후에 센젠시와 중국이라는 엄청난 잠재력이 있기 때문이다. /홍콩·센젠 김성수기자SS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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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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