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발전적인 경영승계 기대하며


대한민국 금융의 자존심이라 불리던 신한금융지주가 반년에 가까운 경영권 내부갈등을 보이면서 국민에게 실망을 줬다. 최근 들어 조직을 재편하고 가다듬으면서 조금씩 갈등의 불씨를 줄여나가지만 신한을 애용하고 응원하던 많은 국민에게는 씻을 수 없는 당혹감을 안겼다. 자기자본도 아닌 고객의 예금을 기반으로 운영하는 금융사에서 주인이 아니면서도 주인행세를 하는 소위 '전문경영인'의 논공행상 행태가 자칫 금융시스템을 결단내지 않을까 전전긍긍해야 했던 어처구니없는 상황이다.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장기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대체적으로 후계자로 거론되는 경쟁상대를 제거하는 것이 익숙한 일이다. 특히 주인 없는 조직의 대표일 경우 오히려 장기집권(?)을 위해 후계자의 싹부터 자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때문에 막상 대표 교체기나 내외변수로 급작스러운 변화가 생겼을 때 허둥대거나 갈등을 빚으며 기업을 위험에 내모는 경우도 다반사다. 이런 상황은 우리나라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다. 아이폰ㆍ아이패드로 세계 정보기술(IT) 매니아들을 좌지우지하는 애플도 후계 승계에서 자유롭지 않다. 스티브 잡스 애플 CEO가 병가상태에 들어가면서 애플 주주들은 후계문제에 각별한 관심을 보였지만 막상 애플은 적절한 준비를 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길 거부했다. 앞으로 수년 내에 우리나라의 내로라하는 그룹들의 경영권 승계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공교롭게도 현재 대다수 그룹 회장의 나이가 70대 전후로 접어들면서 자연스러운 후계 승계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우리에게 경영권 승계와 분리에 대립되는 두 사례가 있다. 현대자동차그룹과 현대그룹 등 현대가는 지난 2000년, 1년 내내 경영권 분쟁을 겪어 분리에 들어간 이후 11년간 경영권을 놓고 지루한 갈등을 빚었다가 최근 갈무리하는데 고심하고 있다. 이와 반대로 10년 전 LG그룹은 장기간 동안 차분하게 GSㆍS그룹 등으로 분리작업을 성공적으로 해낸 바 있다. 반세기에 가까운 동업을 무리 없이 진행해온 데 이어 이별하는 과정도 큰 잡음 없이 매끄럽게 진행돼 보기 드문 '모범사례'를 제시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후계승계는 매우 어려운 작업이다. 대한민국 경제에서 한국 대표기업들이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하면 탈없고 무리 없는 후계승계가 필수적이다. 지난 반세기 동안 놀라운 압축성장 능력을 보여준 한국기업들이 모범적인 사례를 만들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후계 당사자인 본인을 비롯해 기업의 발전, 나아가 국가경제의 발전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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