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남북정상회담] "직접 본 북한 다르네요"

[남북정상회담] "직접 본 북한 다르네요""편견떠나 실상 바로 알자" 지적확산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국민들의 북한과 북한사람들에 대한 생각이 크게 바뀌고 있다. 전후세대인 젊은 층을 중심으로 북한을 적이 아닌 동포, 한민족으로 인식하고 통일이 빨리 오기를 바라는 생각들이 늘고 있다. 철저한반공(反共)교육을 받은 30대 후반~40대 중반 장년층들도 북한이 결코 무자비한 괴뢰집단이거나, 동족상잔의 원흉이라기보다는 남한과 마찬가지로 이데올로기의 희생양이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같은 북한에 대한 인식변화는 지난 13일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을 공항까지 영접나온 것과 행동마다 연장자에 대해 「깎듯이」 예우하는 태도를 보고그에 대한 지금까지의 잘못된 고정관념이 바뀌게 된 것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회사원 최도형(36)씨는 『그동안 우리의 머리속에 있던 金국방위원장의 모습이 아니었다. TV를 통해 본 그의 모습은 시종 당당하고 예의가 바랐으며 金대통령을 예우하는 모습에 역시 한민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한명숙(서울 도봉구 쌍문동·35·주부)씨는 『그동안 북한은 매우 호전적이고 남한에 대해 적대감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 우리도 항상 정신무장을 늦춰선 안된다고 다짐해왔으나 金국방위원장이나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북한의 주요 인사들의 행동을 보니 매우 젊잖고 예의바른 사람들이라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성호(경기도 일산·공무원)씨는 평양거리에 대해 『TV에서 본 평양은 사회주의 도시답게 도시계획이 잘돼 깨끗하고 공기도 맑아 보였다』며 『그들이 자랑하고 싶어 하는 곳 위주로 金대통령을 태운 차량이 지났을 것이지만 무분별한 건물과 교통난이 없는 평양거리에 많이 놀랐다』며 『지금까지의 고정관념을 바꿔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인천에서 한복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최금자(37)씨는 『金대통령을 환영나온 북한주민들의 차림세를 유심히 봤는데 여자들은 한복을 주로 입고 있었다. 디자인은 비교적 단순했지만 의외로 붉은색 등 화려한 색깔이 많아 북한사람들이 결코 세파에 찌든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놀라움을 표시했다. 인터넷과 국내 4대 PC통신망의 게시판에는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지켜보며 그동안 금기시돼왔던 북한에 대한 생각들을 조심스럽게 쏟아내는 네티즌들이 늘고 있다. 심강보씨(KARAM)는 『그동안 북한에 대한 평가가 많이 왜곡됐다』며 『우리가 무비판적으로 외국문화를 따라가는 것을 볼 때 다른 점은 몰라도 우리의 전통양식과 민족정신을 지켜나가는 것은 배울만하다』고 말했다. 이상미씨(LSM32)는 『크고 높은 건물들과 초록빛 나무들의 조화 등 방송을 통해 본 평양은 너무도 아름답다』며 『자연친화적으로 설계된 건물이나 도로들이 특히 좋아보였다』고 말했다. 이정환씨(방짜)는 『환영객들의 반가움에 가득찬 눈길은 우리가 같은 민족임을 보여주는 것이었다』며 『55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서로 많이 변했지만 우리도 많이 변했음을 인정한다면 서로 같은 게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남북 정상회담 기간 중 평양과 김정일의 모습만 갖고 북한을 단적으로 규정하는 것엔 무리가 많다는 지적도 있다. 이동훈 한국자유총연맹 운영본부장은 『지금까지 안보차원에서 북한의 좋지않은 모습만이 국민에게 비춰진 게 사실이지만 평양 순안공항에서 보여준 김정일의 모습만으로 국민들이 현혹되는 것은 더욱 바람직하지 않다』며 『회담이라는 정치문제와 적대적 관계라는 현실은 분명히 분리해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영식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본부 남북협력사업국장도 『이번 정상회담 기간중에 비춰진 북한의 다소 여유로운 모습 등으로 식량·의료난 등이 해결된 것 처럼 보이지만 평양을 제외한 지역에선 아직도 어렵다』며 『북한도 이같은 실상을 좀더 솔직하게 공개해야 하며 우리도 앉아서 박수만 칠 것이 아니라 그들을 실질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정우 자주평화통일민족회의 사무국장은 『북한에 대한 올바른 정보접근을 위해 민간차원의 북한바로알기운동이나 정부차원의 통일교육 등이 보다 활성화돼야 한다』고 밝히고 『이러한 준비 없이는 수동적 개방에서 벗어나고 있는 북한을 결코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정상회담을 계기로 우리나라의 안보 또는 체제대결 성격이 짙은 통일교육을 북한의 실상을 정확하게 알리고 화해와 협력 위주로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김광철 전교조 초등위원장은 『우리의 초등학교 교과서에서 북한을 「양의 탈을 쓴 늑대 또는 이리」로 묘사하던 과거의 「멸공」 또는 「반공」 개념에서는 상당히 탈피했으나 아직도 북한사회의 특수성은 무시한 채 북한을 「못살고 불만이 팽배한 군사국가」 등 부정적 이미지로만 묘사하고 있다』며 『아이들에게 북한이 이상한 나라가 아닌 한민족 국가라는 점을 올바르게 알려주고 이해하는 마음을 길러 주어야 앞으로 다가올 통일에도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최석영기자SYCHOI@SED.CO.KR 한영일기자HANUL@SED.CO.KR 입력시간 2000/06/14 18:33 ◀ 이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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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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