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검증되지 않은 웰빙제품

김민형 기자 (생활산업부) kmh204@sed.co.kr

김민형 기자

최근 ‘웰빙’ 바람을 타고 몸에 좋다는 각종 기기ㆍ식품 등이 봇물 터지듯 출시되고 있다. 업체들은 저마다 자사 제품이 몸에 좋다며 홍보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극심한 내수침체로 이렇다 할 소비ㆍ마케팅 경향이 없다 보니 ‘웰빙’에 ‘올인’하는 형국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혼란스럽다. 그럴싸한 이름만 붙여 그야말로 ‘무늬만 웰빙’인 상품들이 넘쳐 나는 데다, 실제 효과를 믿기 어려운 제품들이 부지기수이기 때문이다. 이는 겉잡을 수 없는 소비자 피해와 불신을 유발할 수 있으며 국내 기업들이 불황탈출의 유일한 탈출구로 삼고 있는 ‘웰빙 트렌드’가 한번에 꺾여버릴 수도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 센물을 연한 물로 바꿔준다는 연수기가 대표적인 사례다. 물은 함유된 무기물질의 정도에 따라 경수와 연수로 나뉘는데 국내에는 경수와 연수를 나누는 명확한 근거가 없다. 게다가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에 따르면 국내 수돗물은 모두 연수에 속한다. 결국 국내에서 생산되는 연수기는 이미 연수인 물을 연수화하는 기기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연수기 제조업체들은 소비자가 직접 느끼는 촉각ㆍ맛 등이 중요하다며 연수기의 효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연수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에 각 연수기 제조업체들은 자체적으로 연수의 기준을 정하고 그에 맞는 제품을 생산해내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제조업체들의 기술력에 따라 연수의 기준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제품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고 불량품에 따른 소비자 피해도 우려된다. 실제로 이 같은 위기감을 반영하듯 최근 연수기 사업을 정리하는 업체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사람이 직접 먹고 몸에 직접 닿는 제품들은 국민의 건강과 직결되는 만큼 안정성과 효용성에 대한 기준이 높아야 하고 엄격하게 적용돼야 한다. 만약 이것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국민의 건강은 ‘웰빙’으로 포장된 기업의 탐욕스런 상업성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 또한 이익을 위해 국민의 건강을 이용한 기업은 도덕성에 심대한 타격을 입게 된다. ‘웰빙’은 인류가 지구에 출현한 이후 역사의 끊이지 않는 지향점이었으며 진화의 원동력이었다.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인류의 영원한 욕망이자 소비 트렌드인 ‘웰빙’을 눈앞의 이익을 위해 일회용으로 ‘소비’할 것인지 아니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육성’할 것인지 이제 기업이 판단할 때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