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우려되는 인수위의 미숙함

지난 10일 중국 정부 특사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을 접견한 장즈쥔(張志軍) 외교부 상무부부장의 발언이 몇 시간 사이 의미가 달라지는 해프닝이 있었다.

조윤선 당선인 대변인은 이날 접견이 있은 후 브리핑에서 장 부부장이 북한의 장거리로켓 발사에 따른 유엔 안보리의 제재와 관련, 반대하지 않는다고 한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그는 "국제사회와 유엔 안보리가 북한에 취한 입장에 대해 중국은 반대하지 않는 입장"이라고 장 부부장의 발언을 전했다. 하지만 몇 시간 후 인수위 측은 기자들에게 장 부부장이 "국제사회 혹은 안보리가 '적정 수준의 반응'을 보이는 것에 대해 반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고 정정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조 대변인이 처음 전한 발언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강조하며 추가 제재에 부정적이었던 종전 중국의 태도와 결이 달랐고 한미 양국의 강한 대북제재 주장에 중국이 동의한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었다. 정정된 발언은 중국 정부의 기존 입장에서 벗어나지 않는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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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해프닝으로 박 당선인 측은 외교적 사안에 대한 이해의 미숙함을 드러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국내 정치에서는 정치적 의미를 담아 발언을 강하게 하는 게 용인될지 몰라도 국가 간 오가는 말은 그렇지 않다.

신뢰는 외교의 기본 자산이다. 이번 해프닝은 외교의 기본 자산인 신뢰가 깎일 수 있는 행동이었다. 실수 한번으로 당장 금이 가거나 하지 않겠지만 발언이 수정되지 않고 언론에 전해졌다면 앞으로 있을 안보리의 제재 논의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을 수준이었다. 자신이 한 말을 전혀 다른 뜻으로 전달하는 국가와 신뢰를 갖고 협상을 할 수 있겠는가.

북한이 지난해 '2ㆍ29합의'를 깨고 장거리로켓을 발사했을 때 정부당국자가 한 말은 "북한과 한미 간의 신뢰가 깨져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탄식이었다.

박 당선인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수식어가 '신뢰'다. 박 당선인이 남북관계 정상화 방안으로 미는 것은 '한반도신뢰 프로세스'다. 실수가 쌓이다 보면 한반도신뢰 프로세스에서도 신뢰가 신기루처럼 사라질지 모를 일이다.


박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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