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대안은 없나(IMF시대 위기의 증권산업)

◎고정자산 대폭 줄이고 유동자산 최대 확보를/국내 36개 증권사 현금화 불가능 자산 2조3,800억원 달해 재무구조조정 발목/영업 응집력 탄탄한 소수정예 인원으로 기업내용 분석통해 최대수익성 노려야세계적으로 유명한 미국의 메릴린치증권사는 지난 70년대말 뉴욕 멘해튼에 있는 본사 사옥을 매각하고 전세살이를 시작했다. 경영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자구노력의 하나로 유동자산을 최대한 확보해 시장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것은 물론 자산 수익성을 끌어올려 주주들의 권익을 보호한다는 목적에서다. 이후 미국 증시 대폭락(블랙먼데이) 등과 같은 위기상황 속에서도 강한 생존력을 발휘, 당시 미국내 업계 랭킹 4∼5위를 오르내리던 메릴린치가 현재 명실상부한 전세계 1위의 증권사로 부상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메릴린치의 경영개선 노력이 시작된지 20년 가량이 흐르는 동안 국내 증권사들은 메릴린치의 전략과는 반대 방향으로 치달았음을 알수 있다. ◇고정자산 규모를 줄여라=지난 6월말 현재 국내 36개 증권사가 보유중인 고정자산(토지·건물 등 1년이내 현금화가 불가능한 것으로 평가되는 자산) 규모는 2조3천8백억원에 달하며 임대보증금 등을 포함하면 2조7천8백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증권사의 자본금 총액이 8조7천9백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자본금중 30% 이상의 자금이 건물이나 토지에 묶여있는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지원조건에 따라 증권산업도 여타 산업과 마찬가지로 조만간 외국의 대형 증권사들이 국내 증시에 직접 참여할 경우 현재와 같은 불합리한 자산구조로는 상당수의 증권사들이 채산성 확보에 실패, 고사당할 우려가 높다.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 『증권사는 기본적으로 은행에 비해 상품비중이 높은 만큼 시장이 급격히 변화하면 막대한 손실이 일시에 발생할 수 있다』며 『고정자산이 많으면 위기에 직면할 때 재무구조를 신속하게 조정하지 못해 커다란 충격을 받게된다는 점을 감안, 일정 규모 이상의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공대식 인력관리가 필요하다=국내에 들어와 있는 외국계 증권사 서울지점들은 한결같이 소수 인원으로 최대의 수익성을 노리고 있다. 이들의 전략은 크게 고급인력 확보와 정확한 기업내용 분석을 통해 대형 기관투자가들을 집중적으로 공략한다는 점이다. 외국계 증권사의 한 임원은 이와 관련, 『상장된 기업 전체를 투자대상으로 판단하지 않고 있다』며 『해외 산업동향 등을 기초자료로 삼아 해당 산업분야의 기업들을 집중적으로 분석, 투자권유 종목으로 선정한다』고 말했다. 쉽게 말해서 그때 그때마다 필요한 기업을 선정하고 이를 집중적으로 조명, 영업력을 응집시킨다는 이야기다. 반면 국내 증권사들은 전업종을 모두 투자대상으로 삼아 전문인력을 상시 배치하다보니 현재 필요로 하는 조사연구에 투입되는 인력보다 미래를 대비한 조사연구인력이 많은 상황이다. 투자 권유 대상 역시 이같은 구조아래 응집력을 갖기가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이 밖에 ▲현재 운영중인 증권사 지점 수를 대폭 줄이는 것 ▲증권사별 전문 영역을 확보하는 것 등도 생존전략의 일환으로 제시하고 있다. 실제로 국내 증권사의 지점수는 지난 10월말 현재 1천2백40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 올들어서만 1백59개 점포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설점포당 초기 투자금액을 20억원으로 잡는다해도 올해 3천억원가량이 투자된 것이다. 증권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 『지역별 신규고객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점포수가 이처럼 늘어나는 것은 극단적으로 기존 점포의 고객을 분할관리하거나 타 증권사 고객을 유인하는 효과에 그칠 뿐』이라고 지적하고 있다.<김형기 기자>

관련기사



김형기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