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금감원의 생활 속 금융이야기] (2) 과거병력 청약서에 꼭 써야


윤지호 금융감독원 광주지원 선임조사역

보험에 가입할 때 잊으면 안 되는 게 있습니다. 과거 5년 동안의 치료나 진단사실을 보험사에 알려야 하는 게 그것인데요. 일부 보험모집인이 계약을 체결할 욕심으로 병력 사실을 적지 않아도 문제 없다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 피해는 계약자에게 돌아가기 때문에 특히 주의해야 합니다.

김모(50)씨의 사례를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광주에 사는 김씨는 지난 2012년 3월 A보험회사의 ‘하나로 건강보험’에 가입했습니다. 그리고 올 5월 김씨는 갑상선암 진단 판정을 받고 국립암센터에서 수술한 후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했습니다.


하지만 보험회사는 김씨가 지난 2010년 초 갑상선결절 진단을 받았던 사실을 보험가입시 알리지 않았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습니다. 또 보험계약을 해지하겠다고 통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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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보험가입 당시 김씨는 갑상선결절 진단 받은 병력을 보험모집인에게 알렸는데요. 이때 보험모집인은 “향후 2년간만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으면 괜찮으니 청약서에 갑상선결절 진단사실을 기재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며 계약체결을 권유했습니다. 김씨는 보험모집인이 이야기한 대로 갑상선결절 진단 사실을 청약서에 기재하지 않았고 자필서명도 직접 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일이 터지자 보험모집인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발뺌했고 김씨는 보험 계약을 해지당했습니다. 억울하다고 느낀 김씨는 보험사를 상대로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이처럼 보험금을 청구할 때 보험사에 병력을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험금을 받지 못하거나 보험 자체가 해지되는 사례가 적지 않지만 보험모집인에게 병력을 언급했다는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는데요. 상법 651조에는 ‘보험계약 당시에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중요사항을 고지하지 않거나 부실 고지 한 때에는 보험회사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대법원 판결에서도 “보험모집인은 보험회사를 대리해 고지의 수령권한이 없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보험모집인에게 과거병력을 말했다고 하더라도 청약서에 기재돼 있지 않는 한 보험회사에 고지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보험에 가입할 때는 보험모집인에게 고지수령권이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보험모집인에게 말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이지요. 과거병력을 포함한 청약서 고지사항은 반드시 본인이 꼼꼼히 읽고 사실대로 기재를 해야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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