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획일적 분양가 규제 경계해야…

“최근에 분양가가 미친듯이 서너배 올랐는데 그 비싼 집을 무슨 돈으로 사나. 분양가를 낮춰야지.” 지방 도시의 심각한 미분양 사태 문제를 다룬 9일자 르포 기사가 나간 뒤 인터넷에는 고분양가를 미분양 사태의 요인으로 지적하는 댓글이 많이 올랐다. 일부는 지방의 심각한 미분양 사태를 두고 “(이참에) 분양가를 내려서 서민들 집 좀 사자” “이런 상황이 10년만 가봐라…” 등의 분노를 표출하는 댓글도 있었다. 가격과 수요간의 불가분성을 생각하면 물론 일리 있는 말이다. 최근 수년간 분양가가 많이 오른 것 또한 사실이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 때문에 내 집 마련의 꿈을 접어야 하는 대다수 서민들 입장에서는 고분양가를 타깃으로 원성을 쏟아낼 수도 있다. 하지만 수도권과 지방 부동산시장을 분리해서 생각하면 최근 지방의 미분양 사태를 고분양가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이와 관련, 부산의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고분양가 논란은 수도권발(發)이고 미분양 사태는 지방발(發)인데 지방 미분양 사태를 고분양가로만 연결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최근 고분양가 논란은 ‘판교발(發)’로 인근 용인이나 파주 등의 수도권으로 번지고 있다. 판교 2차 분양가가 1,800만원대를 넘어섰는데도 청약자들이 몰리자 주변 분양가를 자극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지방은 사정이 다르다. 현재 부산의 신규 분양가는 중심지가 800만원 선이고 정관신도시 등 외곽지역은 500만~700만원 선이다. 대전도 이와 비슷한 수준으로 수도권과 비교하면 절반이 채 안된다. 수도권에서는 분양가를 높여도 청약자가 몰리지만 지방은 그렇지 못하다. 대전에서 모 업체가 최근 평당 800만원 선에서 분양에 나섰다 고배를 마신 뒤 ‘대전 분양가의 마지노선은 평당 700만원’이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고분양가 논란이 일자 정부는 분양가 간접 규제를 검토하고 있다. 획일적인 분양가 규제가 나온다면 자칫 판교발(發) 고분양가 논란의 여파로 지방 건설경기만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정부는 집값 안정을 위해 도입한 투기지역지정제가 서울과 지방의 부동산시장 양극화를 심화시킨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는 사실을 거울 삼아야 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