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25일 취임 2주년 국정연설은 지난 2년을 평가하고 남은 3년의 국정 청사진과 비전을 제시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특히 21세기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의 `선진한국'으로 가기 위한 전략적인 과제를 제시하고, 이를 위한 각 분야의 능동적인 변화와 자발적인 참여를 촉구하는데도 주안점을 두었다.
국정 연설답게 경제문제를 비롯, 북핵, 과거사 진상조사, 지역구도 해소와 선거구제도 개편, 권언유착 해소, 한미관계, 정부혁신, 공.사교육 및 교단붕괴 현상, 비정규직 문제, 우리군의 자주군대 역할 등 다방면에 걸쳐 우리가 지행해야 할 방향과원칙을 분명하게 제시했다.
노 대통령은 무엇보다 선진한국의 진입이 곧 눈앞에 다가올 미래라는 인식 아래에서 정부를 비롯해 정치, 경제, 언론, 시민사회 등 사회 각 주체들을 향해 시급한자기 혁신의 필요성을 주문하고 나섰다.
선진한국은 단지 경제적 성과물이 아니며, 각 분야에 걸쳐 이에 상응하는 변화와 개혁이 동반돼야 명실상부하게 이뤄지는 것이란 점은 분명히 한 것이다.
이러한 인식의 토대 위에서 노 대통령은 참여정부 취임 후 2년간 노정됐던 국론분열상과 이를 제대로 아우르지 못한 최고통치권자에 대한 비판을 깨끗이 수용하는자세를 취함으로써 대화와 타협을 통해 우리사회를 한 단계 성숙시켜 나가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특히 노 대통령은 "정부는 최선을 다한다고 했지만 아직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하고 있어 송구스럽기 짝이 없다"고 솔직히 사과했다.
노 대통령은 그러면서 "세계가 우리를 부러워하고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있는데유독 우리만 비관적 전망을 하고 있다"며 "긍정적 사고와 자신감을 갖고 선진한국을향해 힘차게 달려나가자"고 국민의 자신감 회복을 거듭 촉구했다.
노 대통령은 이런 자성을 토대로 우리 정부와 국민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무엇보다 변화와 개혁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중단없는 혁신을 통해 효율적이고 일 잘하는 정부로 바꿔나갈 것임을 약속했다.
이를 위해 대통령 스스로가 탈권위, 탈권력화에 앞장서서 공직사회를 선도해 나가겠다는 의지도 강력하게 표명했다.
노 대통령이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고, 변화된 세상은 변화된 눈으로 읽어야한다"면서 "더이상 군사독재 시절의 강력한 대통령을 기대해선 안된다"고 강조한 것은 이른 흐름과 맞닿아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를테면 노 대통령은 `선진한국'이 우리의 최종 목표점이라면 `선진경제'와 `선진사회', `선진정치' 구축은 각론이라는 점을 강조한게 아니냐는 해석이다.
우선 노 대통령은 선진경제가 되기 위해선 ▲망국적 부동산 투기 억제를 통한국민위화감 해소 ▲기업지원 서비스와 고급 서비스산업, 레저.문화산업의 발언 ▲금융, 벌률, 회계, 연구개발, IT(정보기술), 컨설팅, 디자인 등 기업지원 서비스산업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선진사회 건설을 위한 과제로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 ▲특권과 특혜 폐지▲정경유착, 정권과 권력기관, 권력과 언론 등 유착및 공생관계 청산 ▲확고한 민주주의 실현 등을 제시했다.
정부 당국자는 이에 대해 "어떠한 불법과 반칙, 특권, 특혜가 용납되지 않고 오로지 공정한 규칙에 따라 실력으로 경쟁하는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풍토가 선진한국의 골간을 이루는 패러다임이 돼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아울러 선진정치를 위해 ▲성숙한 민주주의 구축 ▲대화와 타협의 정치 ▲지역대결구도 해소 ▲선거구제도 개편 검토 등이 `필수과제'임을 지적했다.
결국 노 대통령은 이런 비전과 국정과제 제시를 통해 집권 3년차부터 보수와 진보, 성장과 분배라는 이분법적인 논리에 얽매이지 않고 실용주의로 관통되는 국정운영 기조를 대폭 강화하겠다는 뜻을 분명히한 것으로 풀이된다.
노 대통령이 정치권력과 언론, 시민사회가 달라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은이러한 사고의 연장선상에서 이해될 수 있다.
특히 노 대통령이 시민사회에 대해서도 변화의 필요성을 강력히 주문한 것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노 대통령은 민주주의의 핵심인 대화와 타협이 정치권만이 아니라 시민사회에도적용되야 한다는 점을 주지시키고 "시민사회도 저항적 참여보다는 대안을 내놓는 창조적인 참여에 중점을 두고 활동해달라"고 시민사회의 자제를 요청했다.
노 대통령의 이날 국정연설은 사회 전반에 걸쳐 행동과 생각이 달라져야 한다는선진한국으로 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통합'으로 압축되는 선진국 진입을 위한 방법론을 제시한 것으로 여겨진다.
긍정적인 사고와 자신감을 바탕으로 갈등과 대립의 기존의 사고틀에서 벗어나대화와 타협, 화해와 관용을 통해 국정의 안정적 변화를 꾀하면서 가시적이고 구체적인 성과를 펼쳐보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란 얘기다.
(서울=연합뉴스) 김재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