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복지 대상 넓히기보다 허점부터 메워야

각종 복지혜택이 집중되는 기초생활수급자가 일반 빈곤층보다 상대적으로 소득수준이 높은 빈곤의 역전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기초수급자의 월평균 소득은 36만7,000원이지만 의료비 등의 혜택까지 감안하면 실제 경상소득은 87만원으로 늘어난다. 반면 자립기반을 갖춘 차상위계층(83만원)이나 비수급빈곤층(51만원)은 지원규모가 적다 보니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살림살이가 궁핍하다는 것이다.

이를 근거로 4일 보건복지부는 차상위계층에 대한 지원혜택을 확대하고 기초생활보장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는 정책방향을 제시했다. 복지정책의 형평성 문제가 심각한 만큼 보다 많은 이들이 다양한 혜택을 받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차상위계층도 통신요금 감면이나 소형주택 지원을 추가로 받고 비수급빈곤층의 재산환산 기준을 완화하는 방안 등이 폭넓게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사회 전반의 과도한 복지의존증이 해결되지 않은 터에 무분별한 복지확대 정책은 신중하게 추진돼야 마땅하다. 한번 공짜복지에 맛을 들이면 헤어날 수 없는 복지의존증을 최소화하는 원칙이 전제돼야만 실효성 있는 정책이 가능해지기 마련이다.

관련기사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원래 빈곤층의 자립적 생활기반을 목표로 설계됐지만 시행 12년을 맞은 지금 오히려 병폐가 크고 도덕적 해이를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수급자들이 집에서 놀거나 취업사실을 아예 숨겨 수급체계에 안주하려는 문제점 등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최근 기초수급자에 대해 일정 기간이 지나면 단계적으로 수급액을 줄이거나 중단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그런데도 복지부는 기초수급제 보완책은 제시하지 않고 차상위계층에 대한 지원 확대만 강조하고 있으니 국민들로서는 부처 간 엇갈린 정책초점에 어리둥절해진다. 복지부가 기초생활보장제를 확대함으로써 업무영역을 넓히는 데만 골몰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마저 받기 십상이다.

선진국은 이미 빈곤층에 대한 무조건적 지원에서 벗어난 지 오래다. 빈곤층이 자립기반을 갖추도록 사회적 지원 시스템을 갖추고 자발적으로 수급자에서 벗어나면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사회적 안전망을 촘촘히 마련하되 자발적인 근로활동이 최상의 복지라는 인식이 확산되도록 효율적인 정책이 필요한 때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