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부터 25일까지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북한-미국-중국간 3자 회담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3자 회담은 이라크전 종결과 함께 지난해 10월 이후 6개월 만에 이뤄지는 북-미간 첫 대화라는 사실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그러나 이번 회담은 회담의 성격 규정에서부터 마찰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등 `험난한 여정`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북-미간 회담 성격 놓고 마찰 가능성=미국은 3자 회담 개최 사실이 언론에 공개된 직후 이번 회담의 성격에 대해 `예비적 단계(preliminary step)`라는 말을 사용했다. 다시 말해 한국과 일본 등이 참여하는 다자간 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한 예비회담이라는 것. 하지만 북한의 입장은 정반대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지난 18일 이번 3자 회담은 북한과 미국간 직접 대화며, 중국은 장소만 제공하는 것임을 강조했다. 또한 21일에는 UN 주재 북한 대표부를 통해 한국과 일본의 참석 반대를 재확인했다.
이 같은 분위기를 감안하면 이번 3자 회담은 첫 대면부터 회담의 성격을 놓고 충돌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다만 외교 전문가들은 이번 회담을 막후에서 성사시킨 것으로 알려진 중국의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이와 관련, 중국의 리자오싱(李啓星) 외교부장은 최근 “당사국(북한)이 동의한다면 중국은 다자간 회담에 한국과 일본이 참여하는데 유연한 입장“이라고 언급, 북한과 미국을 동시에 달랠 수 있는 카드를 제시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검증 가능한 방식의 핵 폐기 주요 의제=필립 리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최근 정례 브리핑에서 “이번 3자 회담에서 논의할 문제 중 하나는 북한이 입증할 수 있는 방법으로 핵무기를 영구히 폐기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검증 가능한 방식의 핵 폐기가 미국이 가장 주목하는 의제라는 것. 또한 이번 회담에서는 재래식 무기 문제도 다뤄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으로서는 이번 기회에 그 동안 골칫거리였던 북한의 미사일 문제에 대해서도 명확한 의제 설정을 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미국은 북 핵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주고 받기 식의 경제적 지원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명분과 형식을 한 꺼풀 벗겨 보면 결국 북한을 설득하기 위한 모종의 반대 급부가 모색될 수 밖에 없으며, 미국이 한국과 일본의 참여를 필수적 요인으로 거론하는 것 역시 이 과정에서의 경제적 부담을 고려한 전략으로 풀이되고 있다.
◇돌파구 찾을 지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이번 회담에서 북 핵 문제 해결을 위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낙관론과 비관론이 엇갈리고 있다. 일단 이라크 전쟁에서 미국의 힘을 확인한 북한이 과거와 같은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것. 특히 미국과의 마찰을 피하려고 하는 중국이 개입하는 만큼 모종의 성과가 도출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그 동안 공격적인 자세를 고수해 온 북한의 행보를 감안할 때 이번 회담에서는 서로의 의중만 확인하는 것 외에 별다른 결과를 얻을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특히 이라크 전쟁 이후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조지 W 부시 행정부 내 강경파의 존재가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실제 대표적 강경파인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최근 미국과 중국이 함께 압력을 가해 북한 지도부를 축출해야 한다는 견해를 담은 메모를 정부 요인들에게 회람 시켰으며, 그 동안 북한과의 대화를 촉구해 온 리처드 루가 상원 외교관계위원장 같은 중도파 인물들까지 이라크전 이후 에는 북한에 대해 군사적 대응을 고려해야 한다는 쪽으로 무게 중심을 옮겨가고 있는 상태다.
<정구영기자 gychunㅎ@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