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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발생한 낚싯배 돌고래호의 전복 사고에서 해경이 선박 위치가 끊긴 지 1시간 동안이나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안전당국의 부실한 선박관리가 대형사고로 이어진 것이 아니냐는 비난이 높아지고 있다.
7일 국민안전처 해양경비안전본부 등에 따르면 사고가 난 돌고래호에는 선박의 항적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어선위치발신장치(V-PASS) 단말기가 설치돼 있다. 이 기기는 0.5초 간격으로 전파를 보내 선박이 어떤 경로를 통해 어디로 향하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각 항구에서는 이 장비를 통해 선박의 입출항 사실을 관리하고 아울러 긴급 구조상황일 경우 이 단말기를 통해 긴급 신고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하지만 돌고래호의 V-PASS 수신은 당일 오후7시38분께 추자도 북쪽 예초리(하추자) 북동쪽 500m 지점에서 마지막으로 신호를 보낸 뒤 통신이 두절됐다. 문제는 돌고래호의 신호가 이때 끊어졌음에도 안전당국의 별다른 조치가 없었다는 점이다. 사고가 난 선박과 함께 출항한 돌고래 1호의 선장이 사고 신고를 오후8시40분께 추자안전센터로 신고한 점을 미뤄보면 1시간 동안 해경 등에서는 아무런 조치도 없었다. 이는 출항 당시 비가 오고 파도가 높게 이는 등의 기상상황에서 안전관리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했는데도 해경은 별다른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아울러 돌고래 1호 선장이 오후8시40분께 사고 신고를 했지만 제주해경안전본부 상황실로 전달되기까지 23분이 걸린 점도 사고 대처의 문제점으로 꼽힌다. 더구나 '연락두절' 신고를 받은 해경이 승선원 명부에 오른 탑승자들을 대상으로 확인 전화를 하는 과정에서 승선하지도 않은 낚시꾼이 '돌고래호를 타고 잘 가고 있다'고 말하는 등 총체적인 문제가 겹쳐진 것이다.
한편 돌고래호의 수신이 끊긴 데 대해 일부에서는 단말기 고장, 음영 구역에 따른 수신불능 등 여러 가지 설을 제기하지만 해경 관계자들은 "가능성이 없는 얘기"라며 일축했다. 즉 당초에 배가 추자도로 입항할 때 선박의 항적 추적이 가능했던 점 등을 미뤄봤을 때 이 같은 이야기는 터무니없다는 것이다. 결국 어선의 전복에 따른 침수로 기기가 작동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가장 높게 점쳐진다.
또 사고 당일 해경의 초동 조치가 늦어진 데는 승선원 명부에 이름은 올랐지만 실제 탑승은 하지 않았던 한 낚시꾼의 거짓말이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된 것으로 드러났다. '연락두절' 신고를 받은 해경이 승선원 명부에 오른 탑승자들을 대상으로 확인 전화를 하는 과정에서 승선하지도 않은 낚시꾼이 '돌고래호를 타고 잘 가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이번 사고가 해경의 선방 항적 관리 소홀과 함께 민간인의 안전불감증 역시 한몫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