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자본시장­완전개방/투기자금 유입 시장 교란

◎CD·CP 등 주공략대상/민간차입 대폭 완화/외채급증 등 부작용 심화우리 정부와 국제통화기금(IMF)이 합의한 자본시장 개방조치는 ▲외국인 주식투자한도 확대 ▲외국인에 대한 은행 주식소유제한(4%) 예외 인정 ▲단기금융시장 매입 무제한 허용 ▲회사채의 외국인투자 무제한 허용 ▲민간기업의 해외차입제한 철폐 등이다. 이들 조치가 실제로 이행되면 투기성 외국자본의 급격한 유입이 불가피하다. 당장은 외화공급이 늘어나고 환율이 하향세를 보이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외국자본의 투기적 성격이 분명히 드러날 경우 우리 자본시장은 그 후유증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우선 채권의 경우 이달안으로 대기업의 무보증 중장기채와 만기 3년이상 보증회사채, 전환사채 등의 시장이 개방된다. 1인당 6%, 종목당 30%로 제한된 회사채 투자한도의 폐지도 「외환시장이나 내외금리동향을 감안한다」는 전제가 붙어있지만 그 시기는 예상보다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외국인투자를 재정경제원장관의 허가사항으로 묶어왔던 기업어음(CP), 양도성예금증서(CD) 등 단기금융상품은 이번에 투자제한조치가 완전히 해제돼 핫머니들의 주공략대상이 될 전망이다. 지나치게 높은 국내금리수준으로 볼 때 채권이든 단기금융상품이든 투기성 외국자본의 공격을 피할 길이 없다. 최근 회사채유통수익률이 연18%대, CP금리가 법정상한선인 연25%까지 치솟고 있어 환율만 안정될 경우 외국투자가들은 국내외 금리차 만큼의 고수익을 보장받게 된다. 통화당국은 이미 IMF신탁통치 기간중 통화긴축으로 연 20% 수준의 고금리기조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민간기업의 해외차입은 현재 시설재도입용,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용의 경우 허용돼 있으나 현금차관 등은 철저히 제한된 상태. 그러나 당장 내년 1월부터 시설재도입용 상업차관과 외화증권 발행한도가 폐지되고 융자비율도 늘어나게 된다. 외국에서 자기신용으로 돈을 빌릴 수 있는 일부 대기업의 경우 자금난 해소에 상당한 도움을 받게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민간기업의 해외차입이 지나치게 폭증할 경우 자금시장 교란, 외채급증 등 후유증도 그만큼 확대될 수밖에 없다. IMF가 자금지원을 대가로 우리에게 저성장, 고세금, 재정감축, 통화긴축을 요구하면서 대외적으로 외국기업과 자본의 국내 진출을 대폭 확대함에 따라 개방에 따른 부정적 측면이 훨씬 두드러질 전망이다.<손동영 기자> ◎금융기관­구조조정/은행 수십조자산 헐값에…/외국,합작보다 인수선호/부실책임 주주에도 물어/감자등 피해 불가피 은행산업의 구조조정은 외국계은행과 상대적으로 우량한 시중은행이 부실은행을 흡수합병(M&A)하는 형식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정부와 국제통화기금(IMF)이 은행파산은 배제하고 은행에 자구노력을 통해 부실채권을 정리할 최소한의 기회를 준뒤 이를 충족치 못하는 은행은 M&A 등의 방법으로 정리키로 원칙적으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또 은행합병의 최대장애물로 작용하던 정리해고도 허용키로해 은행합병과 부실은행 직원들의 대량해고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우선 국내은행을 외국은행으로부터 보호해주던 안전장치는 이제 완전히 해제됐다. 정부는 내년 6월부터 외국인이 대주주로 참여하는 합작은행(현지법인)의 설립을 허용키로 했다. 그러나 합작법인 형태로 진출할 외국계은행은 많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부실은행을 M&A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주가하락과 환율상승 등으로 헐값에 수십조원의 자산과 인력, 거래선 등을 보유한 기존은행을 손쉽게 인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해당은행 이사회의 결의와 은행감독원 승인을 거쳐 외국은행이 이미 영업중인 국내은행의 경영권을 장악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현행법으로도 가능하지만 정부가 이를 허용치 않았는데 내년중에는 이를 허용키로 IMF와 합의했다. 미국계 모은행이 국내은행 인수를 추진하고 있고 정부도 이번 협상과정에서 이를 양해했다는 설이 나오는 배경이다. 정부는 그러나 외국인에 의한 국내은행 지배를 막기위해 최대한 은행이 자구노력을 통해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등을 충족할 수 있도록 최대한 정책적인 노력을 다할 방침이다. IMF가 제시한 기준을 충족할 경우 인위적인 은행정리를 막고 외국인의 국내은행지배를 막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국내은행의 막대한 부실규모를 고려할 때 쉽지 않은 형편이다. 허용된 시간도 내년 1·4분기까지로 임박해있다. 따라서 불가피할 경우 국내은행간의 짝짓기를 통한 구조조정을 먼저 실시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고위당국자는 서울은행의 경우 은행간의 1대1 합병은 부작용이 많으므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우량은행이 부실은행을 M&A하는 방식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예금보험공사와 연내 국회처리가 예정된 신설 통합금융감독기구가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할 전망이다. 부실은행의 종사자들과 주주들은 M&A과정에서 상당한 불이익을 당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IMF는 원칙적으로 부실경영에 대한 책임을 주주에게 묻도록 요구하고 있다. 합병시 감자 등의 방법으로 기존 주주의 권리를 제약할 수 있다. 직원 거취와 관련, 피합병은행의 경우 간부들 뿐 아니라 일반 직원들도 정리해고의 위협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최창환 기자> ◎경제전망­저속성장/내년 3% 성장… “현실무시 지나친 낙관”/실업 4% 적자43억불/‘마이너스성장 감수’/민간연 예측과 괴리 국제통화기금(IMF) 긴급자금 지원에 따라 경제성장률이 내년에는 3.0%로 크게 하락하지만 99년부터 점차 회복돼 오는 2000년 올해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따라 내년 실업률과 실업자수는 각각 3.9%, 86만여명(97년 55만명)으로 증가하지만 99년부터 점차 하락, 오는 2002년(2.9%)에는 2%대로 낮아질 것으로 예측됐다. 5일 재정경제원이 내놓은 「IMF 프로그램 아래서의 경제전망」에 따르면 강도높은 구조조정 노력을 기울일 경우 경상수지 적자는 내년 43억달러, 99년 21억달러로 크게 줄어들다가 2000년부터 흑자로 전환될 것으로 분석됐다. 이같은 경제전망에 대한 민간연구기관 전문가들의 반응은 한마디로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며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다. 실제로 재경원의 경제전망은 민간연구소들의 내년 전망치와 상당한 괴리를 보이고 있다. 대우경제연구소는 이날 IMF와의 협상타결후 지원프로그램이 원활하게 진행될 경우 내년 경제성장률은 2.2%로 대폭 하락하고 소비자물가상승률은 6.2%, 실업률은 5.0%로 올라갈 것으로 전망했다. 연구소는 그러나 IMF의 지원프로그램이 난항을 겪으면서 금융·외환위기가 재연될 경우 성장률은 마이너스 1.3%, 경상수지 적자는 90억달러, 소비자물가는 6.8%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우경제연구소 한상춘연구위원은 우리 경제의 현실이 정확히 반영되지 못하는 통계를 바탕으로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은 것은 국민들에게 희망을 불어넣기 위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런 식의 접근이 국민들의 과소비를 유도, 결국 오늘의 위기를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멕시코는 IMF에 마이너스 20%, 태국은 3∼4%의 성장률을 제시했다가 결국 마이너스 성장으로 재조정했다면서 이같은 전례를 우리 정부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임웅재 기자> ◎노동시장­대량실업/시장원리따라 고용­퇴출/정리해고·근로파견 도입/실업대란 가계 큰 고통/심각한 사회문제 소지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은 「실업자 1백만명」의 고실업시대를 앞당길 전망이다. IMF구제금융이 없더라도 이미 우리경제는 불황에 따른 연쇄부도와 구조조정으로 실업대란을 예고해 놓고 있었다. 정부가 공식 발표한 실업자는 10월 현재 47만명이나 이는 구직활동을 포기한 주부 등 실망실업자가 증가하면서 이들이 비경제활동인구에 편입됐기 때문이다. 실제 실업자수는 이보다 훨씬 많다는 것이 지배적이다. 이기호노동부장관은 올해 연말까지 실업률은 2.6%(56만명선)에 달하고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3%내외로 감안하면 실업자수는 약 80만명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대기업들의 집단감원에다 앞으로 예상되는 대대적인 금융기관 합병 등으로 감축될 인원을 감안하면 실업자 1백만명시대는 피할 수 없다는 것이 관계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업한파는 우선 임시직이나 계약직 근로자는 물론 공무원사회에 까지 몰아닥치고 특히 매년 45만명씩 쏟아져 나오는 신규인력의 취업난으로 이어져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근로자들은 임금삭감마저 감수해야 할 입장이어서 월급봉투는 더욱 얄팍해지는 대신 근로시간은 줄어들고 따라서 맞벌이를 해야만 살아갈 수 있는 시대에 접어들 전망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내년도 노사관계는 정리해고, 용역, 시간제근무, 인원감축시 노조동의 등 고용관련 문제가 단협상 최대쟁점으로 부각, 노사간 극한 마찰이 예상된다. 경영계는 회사살리기 차원에서 공세적인 태도를 보이는 곳이 많을 것이며 노사관계보다는 기업의 경영합리화, 한계사업정리 등 내실화에 주력할 전망이다. 회사가 살기 위한 고통분담론이 여론을 등에 업고 도덕적인 주도권을 얻을 수 있다는 분석에서다. 반면 노동계는 임금인상률보다 노동시간, 고용안정을 연계하는 정책을 제시, 산별단위로 공동교섭을 추진하는 곳이 늘어나고 고용문제와 관련, 정리해고 대상 사업장 노동자들의 장기농성은 물론 시위 등 대정부 투쟁이 늘어날 전망이다. 노동위원회에는 기업측에서 정리해고 등 고용관련 조항에 대한 해석 문의가 쇄도하고 있어 앞으로 노동위원회, 법원 등에서의 노사간 법적 공방도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최영규 기자> ◎재벌해체­분권경영/주력사 위주 ‘나눠야산다’/국제수준 회계기준적용/투명성 확보 ‘발등의불’/축소개편 가속화 예상 국제통화기금(IMF)이 자금지원의 조건으로 대기업집단의 연결재무제표 작성 의무화, 상호지급보증 해소, 출자한도의 엄격한 규제, 인수합병 등 소위 「재벌해체」(기업지배구조 및 기업구조개편)로 받아들일 수 있는 요구를 하고 나서면서 재계에 비상이 걸렸다. 이들 하나하나는 시기, 강도 등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을 뿐 실행될 경우 하나같이 「재벌해체」로 볼 수 있는 메가톤급이란 점에서 주요그룹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재계는 이에따라 정부의 관련 후속조치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한편 이런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경련은 최근 30대 그룹기조실장회의를 열고 『IMF의 요구는 「재벌해체」』라고 반대입장을 표명하고 경영의 투명성 제고, 기조실 축소 등 나름대로의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IMF의 요구조건은 어떤 형태로든 정부가 받아들일 수 밖에 없어 내년이후 재계의 경영구도는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우선 연결재무제표는 경영패턴의 중대한 변화를 몰고 올 수 밖에 없다. 이는 계열기업군의 결합재무제표를 포함한 연결재무제표 작성의 의무화, 기업집단내의 내부거래, 상호출자, 보증관계 등 주요 거래관계가 증권시장의 공시정보로 공개된다. 이에따라 같은 기업집단내 계열사간에 빚보증을 서주거나 매출을 올려주는 식의 몸집 불리기는 사실상 어려워진다. 재벌경영의 이점이 상당부분 없어지는 셈이 되는 것이다. 정부는 이를 토대로 기업회계, 여신관리, 공정거래제도를 일관성있게 추진할 수 있고 국제사회에서 우리 기업집단의 경영투명성을 인정받을 수 있게 된다. 상호지급보증 해소는 확장일변도의 경영에 결정적인 제동을 걸게 된다. 특히 정부의 추진속도에 따라서는 일부 재벌기업의 경우 계열사 해체가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재계가 당혹해 하고 있다. 출자한도도 오는 2000년까지 완전히 해소토록 하는 기존방침이 앞당겨질 가능성이 커 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경기침체와 고금리, 적대적 인수합병이 가능한 상황에서 이의 해결이 쉬운게 아니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과 관련, 재계는 전경련을 중심으로 한목소리를 낸다는 방침이다. 우선 연결재무제표의 경우 작성범위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을 설정하기가 어렵고 작성방법에 대한 기준이 없다며 의무화에 반대하고 있다. 전경련 관계자는 『계열사간 결합재무제표 작성이 의무화되고 상호지급보증이 해소되면 재벌기업들이 현재와 같은 계열사를 거느리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IMF체제하에서 재벌들이 살아남기 위해 주력 업종 위주로 계열사를 축소개편하는 구조조정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민병호 기자>

관련기사



민병호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