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지자체 공공기관 유치 명운 걸어

정치권 동원 로비전 치열… 혼미속 후유증 우려<br>경기도·공공기관노조 반대도 변수…한전 유치대상 1호

정부의 공공기관 이전계획 발표가 잇따라 지연되는 등 예측불허의 혼미를 거듭하고 있지만 지방자치단체들은 공공기관 유치를 위해 명운을 건 공방전을 치열하게 전개하고 있다. 특히 부산, 울산, 광주, 전남, 전북 등은 유치대상 1호인 한전에 지자체의 역량을 총동원해 '올인'하는 분위기다. 강원도도 이번 공공기관 이전에서까지 후순위로 밀리면 영영 소외지역의 멍에를벗을 수 없다며 벼르고 있다. 지자체 단체장들은 앞다퉈 국가균형발전위(위원장 성경륭)를 방문하고 지역구출신 유력 정치인 및 경제계 인사들을 동원, 치열한 로비전까지 전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유치경쟁에서 탈락한 지자체들의 이의제기와 정치적인 고려 주장 등에 따른 후유증이 우려되는 가운데 정부도 공공기관 이전계획 발표를 지난 2월초에이어 3월말, 4월초, 5월말 등으로 벌써 4차례나 연기하면서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경기도는 이전작업과 관련, 수도권 공동화 우려와 지역여론 수렴없는 이전 반대등을 이유로 내세우며 반대 움직임을 본격화할 태세다. 이와 함께 공공기관노조도 공기업을 강제 할당식으로 특정지역으로 이전하는 것은 공기업의 공익성과 효율성을 무시한 처사라며 대규모 집회를 계획하는 등 반대운동을 전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광역지자체에서는 공공기관 이전이 제대로 실행될 지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도 없지 않다. 하지만 균형발전위는 한국전력, 토지공사, 주택공사 등 수도권에 있는 268개 공공기관중 180여개를 지자체로 이전하는 작업은 반발이 있더라도 이제와서 되돌릴 수없는 정책결정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부산.울산.경남 부산시는 한전을 최우선 유치대상으로 삼고 토지공사와 관광공사를 차선책으로공략하고 있다. 또 지역 특성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해양수산관련 기관(해양연구원, 해양수산개발원, 국립해양조사원, 해양오염방재조합, 수산물품질검사원 등 5개)과 영상관련기관(영화진흥위원회, 국립영상자료원, 영상물등급위원회 등 3개), 금융관련 기관(주택금융공사,예금보험공사, 신용보증기금, 증권예탁원, 자산관리공사, 주택보증 등6개)을 유치 대상으로 정해 놓고 있다. 이를 위해 작년 3월부터 공공기관유치전문위원회와 유치실무추진단을 구성해 중앙부처와 유치대상기관, 정치권 등을 대상으로 설득 작업을 벌이고 있다. 특히 최대 관심기관인 한전 유치를 위해 국내최초의 원전(고리1호기)을 비롯해4기의 원전이 몰려있고 원전 4기 증설이 추진되고 있다는 점을 전면에 부각시키고한전본사가 오지 않으면 원전 추가건설과 고리1호기 수명연장에 대한 주민반발을 잠재우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내세운 압박작전도 구사하고 있다. 울산시도 한국과학기술연구원과 중소기업진흥공단, 한국가스공사, 한국산업안전공단, 근로복지공단 등 13개 기관을 핵심유치기관으로 선정하는 한편 유치대상 1호로 떠오른 한전 유치를 위해 울산 인근에서 생산하는 전력이 전국생산량의 20%에 달하고 전력소비도 5대 광역시 가운데 가장 많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울산시는 이 지역 출신 정갑윤 의원(한나라. 울산중구)이 중저준위방폐장을 한데 묶어 제안한 패키지 형태의 한전 유치활동에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다. 경남도는 지역 특색에 맞게 농업기술, 해양기술, 산업기술 등 3개 부문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33개 공공기관을 유치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주요 대상기관은 도로공사와 한전, 토지공사, 주택공사, 농산물유통공사, 과학기술연구원, 마사회, 국립공원관리공단, 정신문화원 등이다. 경남도는 한국식품개발연구원과 원예연구원 등 농업 관련 공공기관을 유치하면저부가의 수도작이 아닌 고부가의 원예와 수출농업 중심의 첨단 과학영농지역과 식물생명, 농생명 분야의 특화가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또 해양연구원 등 해양기술 관련 공공기관이 이전되면 남해안권을 수산업과 수산자원, 해양생명공학 등 분야에서 연구 역량을 극대화 할 수 있고 생산성본부와 과학기술연구원 등 산업기술 기능을 가진 공공기관 유치로 전략산업 및 중소기업의 기술혁신과 기업활동 지원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구.경북 대구시와 경북도는 하나의 생활권이라는 점을 들어 공동 유치전략을 펴고 있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정보통신과 산업지원, 전력사업, 문화학술 등 4개 기능군 공공기관을 공동으로 유치하기로 합의했다. 공동유치기관은 한국전산원, 소프트웨어진흥원 등 8개 정보통신기관, 중소기업진흥공단과 산업단지관리공단 등 7개 산업지원기관, 한전, 에너지경제연구원 등 10개 전력사업기관,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육개발원 등 8개 문화학술 기관 등이다. 이와 함께 개별적으로 대구시는 방재안전 관련 공공기관인 전기안전공사의 유치에, 경북도는 교통산업과 농업분야 기능군의 단독 유치에 힘을 쏟고 있다. 경북도는 지역특성을 무시한 시도별 균등배분을 원칙적으로 반대하는 주장을 펴면서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되는 기관 유치에 한치의 양보를 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경북도 관계자는 "우리도는 면적이 다른 지역보다 훨씬 넓고 북부지역은 전국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이고 특히 동해안은 국토개발이 그동안 서.남해안에 집중되는바람에 발전 지체가 심각하다"고 지적하고 "지역특성을 무시한 시도별 공공기관 균형분배는 국토균형발전에 역행하는 것으로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광주.전남.전북 광주시 역시 한국전력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한전은 태양에너지와 수소연료전지 등 시가 역점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신에너지산업과 연관성이 크고 또 유치여건도 다른 광역단체보다 유리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리고 다른 광역자치단체와 비교할 때 재정이 열악한 광주시에 한전을 이전해야 참여정부의 국가균형발전정책이 제대로 성과를 거둘수 있다는 주장도 펴고 있다. 이와 함께 광주시는 한국전력기술, 에너지관리공단, 에너지경제연구원, 한국수력원자력, 한전기공 등 에너지관련 공공기관 유치에도 전력 투구하고 있다. 전남도도 한전 유치에서만큼은 배수진을 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낙후도 조사에서 최하위 지역이라는 점을 최대한 부각시키고 있으며 한전유치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판단, 제2안으로 추진했던 토지공사 유치마저 과감하게 포기를선언한 상태다. 전남도는 또 전국의 최대 농도(農道)인 만큼 농업기반공사, 농업진흥청 등 농업관련 10여개 기관의 유치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전북도도 예외없이 한전을 제1유치 기관으로 정한데 이어 주택공사와 농업기반공사 이전을 성사시키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행정과 정무부지사, 실국장들도 이른바 빅쓰리인 이들 기관을 잇따라 방문하고또 이 지역출신 국회의원과 고위관료들을 대상으로 외곽지원 사격도 요청하고 있다. ◆대전.충남.충북 충남도는 KDI, 국토연구원, 산업연구원 등 국책연구기관을 끌어오는데 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부여하고 있다. 또 고속철도 개통과 연계시켜 천안에 전자부품연구원 등을 유치하고 아산 신도시에 철도대학, 철도경영연수원, 철도시설관리공단 등 철도관련 산업단지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을 함께 구사하고 있다. 충북도는 토지공사와 도로공사, 농산물유통공사 중 1곳과 바이오.반도체.이동통신.차세대 전지 등 산업전략군의 유치에 관심이 많다. 또 토지공사나 도로공사, 유통공사 중 한 곳을 유치하면 인구유입 효과와 함께지역경제 활성에 큰 도움이 되고 산업전략군 유치는 오송과 오창과학산업단지의 정보기술(IT), 바이오기술(BT) 산업을 크게 발전시킬 수 있는 대안이라고 보고 있다. 충북도내 지자체간의 경쟁도 치열하다. 충북도와 충주시는 토지공사와 도로공사를 놓고 보은군과 제천시는 국립공원관리공단과 국립산림과학원을 서로 끌어오기 위해 경쟁하고 있고 보은군과 단양군은 대한석탄공사를 놓고 한치의 양보가 없는 유치전을 벌이고 있다. ◆강원.제주 강원도는 공공기관 유치를 통해 새로운 발전의 전기를 마련하기 위해 총력전을펴고 있다. 이번 공공기관 유치에서 마저 밀리면 또다시 소외지역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며 각오가 비상하다. 강원도는 국가균형발전을 위해서라도 이번 만큼은 비자발적 낙후지역인 강원도에 알짜 공공기관이 이전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강원도는 토지공사와 주택공사, 관광공사, 광업진흥공사의 이전을 강력히 희망하고 있고 또 석탄공사 등 지역산업관련 기관과 국립공원관리공단 등 관광관련 기관의 이전도 바라고 있다. 제주도는 관광이 주요 지역산업인 점을 감안, 관광공사의 이전에 기대를 걸고있다. 또 한국마사회, 국토연구원, 국립수목원, 한국해양연구원 등도 지역적인 특성을고려해 유치가 가능한 기관으로 보고 이 지역 유력인사와 현명관 전 전국경제인연합회 유력인사들의 지원활동을 독려하고 있다. ◆경기.공공기관 노조 반발 경기도는 공공기관 이전은 행정도시 건설과는 별개라는 논리를 펴면서 대상 기관의 선정에 신중을 기해줄 것을 요구하며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경기도에는 현재 70개의 공공기관이 있는데 이중 50여개가 이전 대상기관으로유력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손학규 지사는 "공공기관 이전은 지역의견을 수렴해 결정해야 하고 이전대상 기관도 기능과 역할을 고려, 결정해야 한다"며 "특히 성남지역의 토지공사, 주택공사 등은 이들 기관 수요의 50% 이상이 수도권에 있는 점을 고려해 결론을 내려야지 '무 뽑듯이' 다른 곳으로 이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성남시는 또 시 소재 7개 기관이 이전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과 관련, 대안없는 공공기관 이전은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정부측이 납득할만 대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조직적인 반대운동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이와 함께 전국공공노동조합연맹도 노조원의 생활여건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있는 문제를 당사자와 상의없이 일방적으로 특정지역에 공기업을 강제할당식 이전을하는 것은 공기업의 공익성과 효율성을 무시한 처사라고 규정하고 대규모 집회 등을통해 반대하겠다는 밝히고 있다. 노조의 조직적인 반대는 앞으로 이전작업의 성사에 중대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김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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