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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14일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지배구조에도 대대적인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사령탑이 바뀌면서 경영진 교체 등 인적쇄신이 예상된다. 금융 당국은 새로 뽑힐 회장과 민영화의 밑그림을 다시 그릴 계획이어서 외형 전반의 변화 속도가 한층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회장은 거듭된 금융 당국의 사퇴압력에 버티지 못했다. 임기는 내년 3월까지였지만 지난 정권의 '낙하산 인사'는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새 정부에서 추진하는 민영화 작업에는 이 회장이 걸림돌이 된다는 얘기였다. 신제윤 금융위원장 취임 직후인 지난달 4일 "우리금융이 정치화됐다. 관치가 없으면 정치, 정치가 없으니 호가호위하는 사람들의 내치"라면서 정면으로 공박하고 나서면서 이 회장의 사퇴가 점쳐져왔다.
◇이덕훈ㆍ이종휘 등 후임 거론= 당장 관심은 후임 회장이 누가 되느냐다. 우리금융은 이번주 임시이사회를 열어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꾸리고 공모 절차에 들어간다. 회추위는 이사회 운영위원회가 선임하는 사외이사 3명, 주주대표 또는 주주대표가 추천하는 위원 1명, 외부 전문가 3명 등 모두 7명으로 구성된다. 회추위에서 차기 회장이 결정되고 임시주주총회를 거쳐 취임식이 마무리될 때까지 45~60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이르면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 차기 회장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차기 회장이 내정되기 전까지 업무를 계속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차기 회장으로 거론되는 인물은 이덕훈 전 우리은행장과 민유성 전 산업은행 회장,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 등이다. 하지만 이들은 서강대 출신으로 산은 회장에 역시 서강대 출신인 홍기택 중앙대 교수가 낙점되면서 가능성이 줄어들었다. '서강대가 금융권을 장악한다'는 역풍이 강하게 불 수 있기 때문. 이 때문에 우리은행의 전ㆍ현직 인사들이 자천타천 거론된다. 전직에서는 우리은행장 출신인 이종휘 신용회복위원장과 윤상구 전 우리금융 전무가 가까이 서 있는 가운데 이순우 우리은행장도 내부승진 차원에서 후보군에 포함돼 있다. 우리금융에서 부회장을 역임하고 이명박 정부 첫 금융위원장을 지냈던 전광우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의 이름도 나온다. 관료군에서는 진동수 전 금융위원장과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 권혁세 전 금감원장 등이 거론된다.
◇빨라지는 민영화 작업= 금융 당국은 우리금융 민영화를 위한 작업을 시작한 상태다. 12일에는 공적자금관리위원회 간담회를 열었다. 6월까지 우리금융 민영화를 위한 로드맵을 만들겠다고 대통령에게 업무보고를 한 만큼 민영화 방식과 추진일정 등에 대한 논의가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공자위는 앞으로도 수차례 간담회를 열어 우리금융 민영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신 위원장이 국민주 방식을 제외한 나머지 방식에 대해 검토하겠다고 해 분리매각을 포함해 과거에 거론됐던 민영화 방식은 모두 검토대상이다. 다만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이 지난달 말 기자들과 만나 우리금융 매각과 관련해 "2014년 이후로 늦춰질 수 있다"고 해 실제 매각시점은 다소 유동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