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가 21일 사용자 측에서 단체협약상 전임자 처우를 현행대로 유지해주기로 합의했다고 밝힌 사업장 수는 60여곳이다. 사용자들이 수용하기로 한 내용도 ▦전임자 수 및 활동보장 ▦조합원 조합 활동 보장 ▦기타 노동관계법에서 유급으로 인정하는 활동 보장 ▦노조 자립 후속 대책 등 그동안 금속노조가 줄기차게 요구해온 것들이 대부분이다. 사실상 부분 파업 등을 벌이며 압박 수위를 높인 노조에게 사용자 측이 굴복한 모양새다. ◇부당노동행위 가능성=문제는 이들 사업장의 상당수가 기존대로 전임자 처우를 인정할 경우 타임오프 한도를 벗어난다는 점이다. 이는 노동부가 지난 3일 타임오프 매뉴얼을 발표하면서 대표적인 부당노동행위의 한 사례로 소개한 것이다. 매뉴얼에 따르면 사업(장)에서 조합원 규모에 따른 노동부 고시 한도를 초과해 근로시간면제 사용시간 및 인원을 인정하는 단체협약을 체결하고 유급 처리할 경우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해 사용주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게 된다. 단순히 타임오프 한도를 초과해 합의하는 것 자체는 법 위반이 아니지만 사용자가 한도를 초과해 유급처리를 하는 순간 부당노동행위가 성립된다. 새 노조법은 24조2항은 전임자의 임금지급을 금지하고 있으며 이를 어기면 81조4항에 따른 부당노동행위로 사용자는 처벌(제90조)을 받게 된다. 노동부의 한 관계자는 "노사가 합의한 내용이 타임오프 한도를 벗어난 것일 경우 법 취지에 맞게 우선 수정할 것을 요구할 것"이라면서 "그럼에도 사용주가 타임오프 상한선을 넘는 임금을 계속 지급할 경우 법대로 처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현장의 혼란 방관 지적 제기=노동부는 노조가 타임오프 한도를 초과해 유급을 인정해달라거나 이를 관철할 목적으로 행하는 쟁의행위는 금지(24조5항)된다는 입장을 보일 뿐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는 상황이다. 금속산업사용자협의회 측의 한 관계자는 "매뉴얼대로 할 수 있으면 좋은데 현장의 노사 간 힘의 균형에 따라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노조의 요구를 들어주는 사업장들이 많다"며 "노조가 파업에 돌입한 상황에서 회사의 선택지는 한정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실제 드러나지 않을 뿐이지 노사가 갈등을 피하기 위해 법 위반 가능성을 감수하면서 현행대로 전임자 처우를 인정하는 곳이 상당수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영기 전 한국노사관계학회장은 "타임오프가 현장에서 굉장한 변화를 수반하는 제도인 만큼 정부가 법 징행자의 역할 외에 제도가 현장에 원만히 뿌리내릴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들을 만들어 적극적으로 지원해줄 필요가 있는데 이 부분이 미흡하다"고 설명했다. ◇제도 시행 이후에도 상당한 혼란 불가피=타임오프제 시행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아직까지 타임오프와 관련해 단협을 매듭지은 사업장은 그리 많지 않다. 이는 뒤집어 보면 제도가 시행되더라도 타임오프와 관련해 노사 간 힘 겨루기가 상당 부분 지속될 수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특히 중소사업장보다는 전임자의 대폭 축소가 불가피한 500인 이상 대형 사업장들 중심으로 갈등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금속노조는 23일 산하 500인 이상 사업장 대표자 간담회를 열고 향후 투쟁 계획을 마련할 계획이다. 특히 제도가 시행되는 오는 7월 이후에도 미타결 사업장을 중심으로 타임오프 무력화 투쟁에 나설 계획이어서 노사 간 갈등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