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타임스(FT)는 29일 영국 외국은행협회가 재무부로 보낸 서한을 인용, 중국 은행들이 불공정한 규제와 매우 엄격한 유동성 규정 등에 강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중국 은행들은 런던을 떠나 규제가 느슨한 룩셈부르크로 유럽 사업의 중심을 이전하고 있다고 FT는 보도했다.
서한에 따르면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초 이래 중국공상은행(ICBC)과 중국건설은행ㆍ중국농업은행 등 대형 국영은행들이 속속 런던에 자회사를 설치했다. 하지만 한 은행의 경우 룩셈부르크를 통한 사업규모가 런던의 3배에 달할 정도로 유럽 사업의 중심지가 런던에서 룩셈부르크로 바뀌고 있다. FT는 다른 몇몇 은행들도 런던에서 다른 나라로 조직을 옮길 계획이라며 이 같은 움직임이 런던을 중국 은행들의 유럽 사업 허브로 육성하려는 영국 정부의 계획에 차질을 일으키고 있다고 전했다.
FT에 따르면 런던에 진출한 중국 은행들이 호소하는 가장 큰 문제는 영국 금융감독청(FSA)이 2008년 이후 외국계 은행들의 지점설치를 제한하는 대신 국내 은행들과 똑같이 FSA의 규제ㆍ관리 대상이 되는 자회사 설립만 허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FSA는 모국의 금융규제 강도와 투명성 등에 따라 지점설립 허가를 내주지 않아 중국 은행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왕훙장 중국 건설은행 총재는 "런던 자회사는 시장확대의 효율적인 수단이 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FT는 중국공상은행ㆍ중국은행ㆍ중국농업은행ㆍ교통은행 등이 런던에 지점설치를 원했으나 자회사 설립허가만 받은 것과 달리 룩셈부르크는 중국은행과 ICBC의 지점과 자회사 설립을 모두 허가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