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춤추는 통계에 헷갈리는 경기

GDP 호조라더니 광공업 생산은 1년만에 최대폭 감소<br>서비스·설비투자·건설까지 산업활동 일제히 빨간불<br>선행지표도 3개월째 하락 금리 갈등 더 거세질 듯


1ㆍ4분기 경제성장률(GDP)이 예상보다 높은 0.9%(전 분기 대비) 성장하면서 잠시나마 한국은행이 주장한 경기회복에 힘이 실리는 듯했다. 지긋지긋한 저성장의 흐름에 작은 균열이라도 생길 수 있다는 희망이 깨지는 데는 채 일주일이 걸리지 않았다.

제조ㆍ서비스업 생산, 설비투자, 건설 등 실물경기에 일제히 빨간불이 켜졌다. 향후 경기 국면을 보여주는 선행지표도 3개월째 하락세를 보였다. 경기의 흐름을 보여주는 분기와 월별 주요 지표들이 극심한 차이를 나타내면서 통계가 춤추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현재의 경기는 진단이 어렵다는 의미인데 역으로 재정이나 금리정책 수단을 꺼낼 때 정확하고 객관적인 평가 이후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어찌됐건 5월 둘째 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결정을 앞두고 갈등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30일 통계청이 발표한 '3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지난달 광공업 생산은 전달보다 2.6% 감소했다. 올해 들어 3개월 연속 하락세이며 감소폭도 1년 만에 최대다. 전년 동월 대비로도 3.0% 줄었다. 서비스업 생산도 방송통신ㆍ정보 분야의 부진으로 전월보다 1.0% 감소했다.

제조업 평균 가동률도 75.7%로 전달보다 1.9%포인트 하락했다. 지난해 8월(74%) 이후 최저치다. 업종별로는 자동차(-9.9%), 영상음향통신(-17.8%) 생산이 큰 폭으로 줄어든 반면 기계장비(3.8%), 반도체 및 부품(1.3%) 생산 등은 증가했다. 자동차의 경우 일부 사업체의 주말특근 미합의에 따른 생산차질 등 일시적 요인도 작용했다.


기업활동 위축은 투자에서도 확인됐다. 3월 설비투자는 전달보다 6.6% 줄었다. 전년 동월비로도 9.2% 줄어 11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세를 보였다. 특히 기업의 생사능력과 직결되는 기계류 투자가 전월보다 11.3% 떨어졌다. 건설기성(불변)은 토목공사의 부진으로 전월 대비 3.0% 감소했으며 건설수주(경상)는 신규주택과 연구소ㆍ토지조성 등이 부진해 1년 전보다 17.2%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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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과 투자가 부진한 반면 소비는 다소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달 소매판매는 전달보다 1.4% 늘었다. 올해 1ㆍ2월 하락세를 보이다 3개월 만에 증가세로 전환된 것이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1.7% 늘어 2개월 연속 증가세를 유지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들여다보면 소비심리가 호전됐다고 보기는 힘들다. 내구재 소비가 전월보다 3.1% 감소했기 때문이다. 내구재는 컴퓨터ㆍ자동차 등 목돈이 들어가는 품목으로 경기변동에 민감하다. 반면 의복 등 준내구재(4.7%), 차량연료, 화장품 등 비내구재(2.3%) 소비는 늘었다. 소비자들의 돈 씀씀이가 커지지는 않고 있다는 얘기다.

향후 경기전망도 우울하다. 앞으로의 경기국면을 예고해주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달보다 0.2%포인트 떨어져 3개월 연속 하락했고 현재의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도 전달보다 0.4포인트 내렸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유로존 경기 부진, 미국의 시퀘스터 우려, 엔화 약세 등 대외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국내 경기도 좀처럼 회복 모멘텀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능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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