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AIIB는 설립 단계에서부터 우리나라가 주요 회원국으로 참여하게 되는 최초의 국제금융기구라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수 있다. 우리 정부는 이번 AIIB 가입을 계기로 우리 기업들의 아시아 지역 인프라 개발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물론 통일 이후를 대비해 북한 경제개발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하게 됐다. 중국과 우리가 역내 국가로 AIIB에서 많은 지분을 보유하며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박근혜 정부가 설립을 구상했던 동북아개발은행과도 맥을 같이하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AIIB 가입 여부를 놓고 고민을 거듭하면서 신중하게 접근해왔다. 중국 주도의 국제기구 가입에 대한 미국의 부정적 기류가 최대 걸림돌로 작용했다. 미국이 우리 정부의 AIIB 가입을 만류하거나 우회적으로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하는 상황에서 AIIB 가입이 한미동맹을 흔들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것도 부담요인이었다. 이번 결정은 국익을 기준 삼아 '정공법'으로 돌파하겠다는 방향 전환의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정부의 분위기는 최근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국 배치 문제와 관련, 중국의 압박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에서 감지되기 시작했다.
봉영식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 정부가 전략적 모호성을 선택한 의도는 시간을 끌면서 우리의 입지를 최대한 유리하게 이끌겠다는 것인데 최근 AIIB·사드 논란에서 나타난 것처럼 전략적 모호성이 결국 우리 정부의 전략적 입지를 축소시켰다는 내부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번 AIIB 가입을 계기로 우려되는 것은 한미관계다. 이와 관련해 안호영 주미대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미국이 긍정적 반응으로 선회했다고 아직은 얘기하기 이른 감은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설명했다. 그러나 AIIB 가입은 경제 분야 이슈이고 미국과 우리나라의 관계는 '안보동맹'으로서의 성격이 큰 만큼 한미관계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MD) 편입의 일환인 사드의 한반도 배치, 주한 미군기지 이전비용 부담 등 안보 분야를 중심으로 한 미국의 요구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