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독립된 개체로서의 여성(취재수첩)

여자라는 이유로 부당한 대우를 받는 사례는 새삼스럽게설명할 필요가 없다. 독립된 객체로서의 「여성」을 내세우기는 더욱 힘들다.여성기업인들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가장 큰 어려움은 바로 독립된 객체로서의 「여성」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사회적 분위기다. 여성기업인을 바라보는 사회적인 시각은 부모의 사업을 물려 받았거나 남편사업에 명의를 빌려주었겠거니 하는 정도다. 이같은 사회적 편견은 어느정도 감수할수 있다. 하지만 입만 열면 여성의 지위향상을 외쳐대는 정부기관에서조차 이런 인식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데 여성기업인들은 분개하고 있다. 핸드백과 지갑등 피혁제품을 제조하는 C사의 K사장은 지난 6월 여성경제인의 날에 통산부장관상을 수상했지만 기쁨도 잠시, 오히려 참담한 경험을 해야했다. 관할구청과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 이 회사에대한 융자지원을 결정했지만 은행에서 돈을 받을수 없었다. 기술신용보증기금이 남편의 신용상태를 문제삼아 보증서를 만들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K사장은 18년동안 피혁업체일을 해왔지만 아직도 독립된 객체로서의 기업인으로 대접받지 못한 다는 사실을 알고 착잡한 심정을 떨쳐버릴수 없었다. 이런 경우는 비단 K사장에만 국한 된것이 아니다. 지난 5월 휴대용 밥상을 개발해 회사를 설립한 S상사의 J사장도 기술 신용보증기금의 문을 두드리다 배우자 신용도 조사를 해야한다는 얘기를 듣고 아얘 포기해 버렸다. 인쇄업을 하는 남편이 몇년전 부도를 낸 경험이 있어 보증서를 받지 못할 것은 뻔하기때문이다. 배우자와는 관계없이 독립된 사업을 꾸려 나가고 있지만 독립성을인정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여성기업인들이라고 해봐야 남편이 부도를 낸뒤 명의를 바꿔 사업을 이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편법 대출을 막기위해 여성기업인의 경우 배우자의 신용을 철저히 조사하고 있습니다.』 기술 신용보증기금 관계자의 설명이다. 중소기업청이 여성기업인이 운영하는 1천4백38개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7.3%가 배우자나 부모와 관계없이 자신이 직접 창업 했다는 사실을 이관계자는 알고서 한 얘기인지 궁금하다.<이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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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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