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월요초대석/내가본 고건시장] 소신있는 공직자

처음과 끝 한결같아 볼수록 '진국'나는 고건 시장을 무척 좋아한다. 기자가 취재원을 좋아한다니 말도 안되는 소리 같지만 30년 넘게 취재생활을 하면서 만나고 헤어진 숱하고 많은 사람 가운데 그처럼 두드러진 사람은 매우 드물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는 우선 능력이 뛰어나고 소위 말하는 구린내가 없다. '행정의 달인'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니며 그 좋은자리(?)를 그렇게 많이 누렸는데도 이런 저런 뒷말이 전혀 없고 그래서 언제나 당당하고 감정과 분위기에 휘둘리지 않아서 더욱 돋보인다. 아무리 흔들어 봐도 원칙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는다. 큰 압력에도 끄떡 않는다는 것은 그 유명한 수서사건에서도 밝혀진 것이다. 아무려면 노벨상 다음으로 권위 있다는 국제투명성기구의 청렴상을 폼으로 받았겠는가 말이다. 고 시장을 접할 때 처음에는 조금 냉정하고 거만해 보이지만 처음과 끝의 그 한결 같음에 두고 두고 볼수록 틀림없는 '진국'임을 느끼도록 만든다. 바로 그게 고 시장의 능력이고 재산이며 인간적인 매력인지도 모른다. 나는 20여년 전 농림부를 출입하면서 만났던 고 시장의 진면목을 요즈음 들어 다시 확인하고 있다. 130회를 넘긴 '시민과 시장의 데이트'라는 민원상담시간에 참여해 보면 서울시 구석구석을 어찌 그렇게 다 꿰고 있으며 어쩌면 그렇게도 명쾌한 판단을 내리는지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억지에 가까운 시민들의 터무니없는 민원일지라도 끝까지 경청하고 그들이 시청까지 온 걸음이 헛되지 않도록 가능한 방법을 찾도록 하는 자세를 보면서 그가 왜 행정의 달인이라는 별명을 얻게 됐는지 실감한다. 내 역량 부족 탓인지는 몰라도 나는 아직 공직자로서의 고 시장의 흠을 찾지 못했다. /남승자 (전 KBS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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