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힐링경영' 원조 대한항공 의료센터 가보니…

검진서 맞춤형 운동처방까지… 직원 건강·체력관리 걱정마세요<br>첨단 장비·의료시스템 갖춰 3시간 만에 검사결과 나와<br>승무원 운동프로그램 큰 호응<br>개인 사고율 70% 이상 줄어

대한항공 항공의료센터 직원들이 검진기록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대한항공

힐링이 대세다. 어떻게 하면 건강하게 살 수 있을까, 요즘 사람들의 관심은 온통 체력관리와 질병예방에 쏠려 있다. 그러다 보니 요즘 몇몇 대기업에서 직원들의 건강을 직접 챙기는 일이 어색하지 않게 됐다.

하지만 먹고 입을 것조차 변변치 못하던 1960년대라면 얘기가 다르다. 그런 의미에서 1969년 문을 연 서울 강서구 공항동 대한항공 본사 안에 위치한 항공의료센터는 우리나라 '힐링경영'의 발상지와 같은 곳이라 할 수 있다.


5일 기자가 방문한 680평 규모의 대한항공 항공의료센터는 활기가 넘쳤다. 철문을 열고 들어서니 미모의 객실승무원들이 사이클과 러닝머신ㆍ윗몸일으키기 등을 하고 있었다. 윗몸일으키기를 하고 있는 여성은 방금 전 객실승무원 옷을 입고 들어온 여성. 마치 다른 사람이 된 듯 빠른 속도로 윗몸일으키기를 해낸다.

이곳 항공의료센터는 객실승무원과 운항승무원 등 직원의 건강검진을 위한 각종의료기기를 비치하고 체력관리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이다. 특히 2003년 대한항공이 도입한 객실승무원 체력관리프로그램은 큰 효과를 보고 있다.


3명의 건강관리사가 연신 "더 빨리! 더 높이!"를 외치며 차트를 들고 여기저기 분주히 오간다. 이곳에서는 객실승무원의 심폐지구력ㆍ유연성ㆍ민첩성ㆍ평형감각 등의 항목을 검사해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각종 운동 처방이 이뤄진다. 신입 객실승무원 채용을 위한 체력검사가 이뤄질 뿐만 아니라 기존 객실승무원들도 정기적으로 체력측정을 한다. 건강한 몸이 곧 경쟁력이기 때문에 이곳에 모인 객실승무원들의 눈빛은 하나같이 진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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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영 항공의료센터 팀장은 "객실승무원들은 대부분 가냘픈 몸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좁은 기내에서 무거운 승객의 짐을 올리거나 이륙시 30㎏이 넘는 카트를 끌고 올라가는 등 순간적으로 근력을 써야 할 일이 많다"며 "허리에 문제가 생겨 일을 더 할 수 없게 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체력관리프로그램 도입으로 사고 비율을 70% 이상 줄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운항승무원들의 건강이 항공안전의 시작이라는 생각으로 항공의료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며 "기본검진에 필요한 의료기구들은 물론 2억원이 넘는 혈액검사분석기계 등 고가의 의료기구들도 다량 보유하고 있어 혈액ㆍ소변검사와 엑스레이, 복부ㆍ갑상선 초음파검사 등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운항승무원들은 보통 오전7시에 와서 오전10시면 모든 검사 결과가 나오기 때문에 기존에 종합병원에서 1주일씩 걸리던 대기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게 됐다. 이는 항공의료센터의 자랑인 '칼메드(KALMED)' 때문. 대한항공 의료전산시스템인 '칼메드'는 검진 대상자의 영상자료가 서울대ㆍ연세대 등 외부 대학병원의 자문의료진에게 실시간으로 전송돼 판독 결과를 즉시 확인할 수 있게 했다. 이를 통해 운항승무원의 효율적인 인력활용이 가능해졌다.

이곳에서는 객실승무원과 조종승무원뿐만 아니라 대한항공 일반 사무직 임직원들의 일반검진도 이뤄지고 있다. 올해부터는 45세 이상 임직원과 배우자들을 대상으로 종합검진프로그램이 신설됐다.

승무원 및 임직원 건강관리를 위해 이곳에는 항공전문의사자격을 갖춘 항공전문의 6명을 비롯해 임상병리사ㆍ운동관리사 등 70여명의 각 분야 전문가들이 종사하고 있다. 최 팀장은 "항공 관련 종사자들의 건강은 항공 안전에 중요한 요소이며 특히 고가의 인력인 운항승무원의 건강관리는 항공사의 경쟁력을 좌우한다"며 "여기처럼 단일 사업장으로 영양상담이나 운동상담을 전문으로 하는 상담사를 두고 전체 임직원들의 건강관리를 하는 곳은 많지 않다"고 강조했다.

항공의료센터는 올해 2월부터는 항공의료의 저변 확대를 위해 의대생들을 대상으로 산학 협력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실습을 나온 김경회(서울대 의대ㆍ본과3)씨는 "고가의 건강검진 시설들이 잘 갖춰져 있어 놀랍다"며 "의대생인 우리도 몰랐던 이런 노력들을 일반인들이 알게 된다면 항공 안전에 대한 믿음이 커질 것"이라고 실습 소감을 밝혔다.

대한항공 항공의료센터는 1969년 조중훈 대한항공 선대회장이 의사 1명 간호사 2명으로 시작했으며 이후 2001년에 포스코가 국내 두 번째로 비상업 목적의 사내부속의료센터(722평)를 세웠다.


양사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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