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韓·中·日 3국 사무국에 거는 기대

한중일 3국 정상이 처음 머리를 맞댄 시기는 언제일까. 이 문제에 대한 답을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지리적으로 최접경에 위치한 이들 3국 정상 간 첫 만남은 지난 1999년에 와서야 이뤄졌다. 동남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이 1997년부터 자신들의 정상회의에 한중일 정상을 초청(ASEAN+3회의)하기 시작했고 1999년의 ASEAN+3회의를 계기로 3국 정상이 따로 만나 처음으로 동북아 협력방안에 대해 논의한 것이다. ASEAN이라는 틀을 벗어나 한중일 3국 정상만의 만남을 가진 것은 그보다 훨씬 뒤의 일이다. 지금으로부터 불과 3년 전인 2008년에 와서야 제 1차 한중일 정상회의가 열렸다. 비행기로 두세 시간이면 족할 거리의 세 나라 정상 간 만남이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린 까닭은 '과거사'라는 한 단어로 정리된다. 항상 서로를 침략과 정복의 대상으로 삼았던 과거사의 기억이 이들 국가의 심리적 거리를 까마득하게 만들어버린 것이다. 이처럼 지리적 거리와 심리적 거리가 괴리된 동북아지역에 최근 주목해야 할 일이 생겼다. 3국 간 상시 협의체 국제기구인 '3국 협력 사무국'이 지난달 말 정식 출범한 것이다. 과거사로 인해 동북아지역에선 유럽연합(EU) 같은 지역 협력체가 탄생할 수 없을 것이라던 전문가들의 분석을 감안한다면 역사적으로 중요한 일보로 평가받기 충분하다. 3국 사무국에게 당장 EU와 같은 업무를 기대하는 건 이제 갓 태어난 신생아에게 어른의 역할을 주문하는 것과 같다. 특히 이 신생아는 서로 청산해야 할 상처가 너무 많은 '미숙아'다. 그만큼 이들의 역할은 당분간 서로의 상처를 건들지 않는 수준에 머물 수밖에 없다. 다만 이 미숙아가 3국 공동 이해를 도모하는 작업을 해나가며 훗날 지역 내 평화를 논하고 상생의 발전을 꾀하는 어엿한 어른으로 성장하길 기대해본다. EU의 전신인 유럽석탄철강공동체(ECSC)가 설립된 시기가 지금으로부터 60년 전인 1951년이다. 그만큼 한중일 3국 사무국이 커나갈 수 있는 시간은 많다. 3국 협력 사무국의 출범, 그리고 이후 이들의 행보를 꾸준히 지켜보고 격려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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