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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석유 내 차 망친다] 연비 예전같지 않고 시동 자주 꺼지면… 가짜 석유 의심해봐야

차성능 저하·연비 20% 나빠져 등유 섞은 가짜 경유 증가 추세 디젤 소유자는 더 주의를<br>석유관리원 협약 주유소 이용 배관 그을음·소음 발생 땐 즉시 차량상태 점검하도록…

한국석유관리원 직원들이 가짜 석유가 자동차 성능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하기 위해 실험장치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석유관리원


직장여성 김 모(32 씨는 얼마 전부터 운전을 하면서 차량의 성능이 예전 같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 평소 1회 4~5만원 정도 주유를 하면 주 5일 출퇴근하는 양으로 충분했지만 얼마 전부터 그 정도로는 모자라기 시작한 것이다. 김 씨는 엔진에서 땅땅거리는 이상한 소음까지 생기자 안전이 걱정돼 정비를 의뢰했다. 정비 결과 기계적 결함은 없지만, 연료가 문제인 것 같다는 진단을 받았다. 가짜 휘발유를 사용하면서 엔진에 무리가 오고, 연비가 낮아졌다는 것이 정비기사의 의견. 유 씨는 최근 이용하던 주유소를 바꾼 점을 문득 깨달았다.

가짜석유는 몹쓸 연비도둑이다. 차량을 아무리 잘 관리하고 경제운전을 하더라도 잘못된 연료를 채우면 그동안의 노력들은 모두 수포로 날아가 버린다. 최근 연비가 높은 차량들이 소비자의 각광을 받는 등 경제성이 자동차 이용의 으뜸 덕목으로 떠오르는 만큼 가짜 석유는 알뜰 운전자가 반드시 피해야 할 장애물이다. ◇알고도 넣고, 모르고도 넣는 가짜 석유=가짜 석유란 석유제품에 다른 석유제품을 혼합해 만드는 이른바 유사 연료다. 가짜 경유의 경우 경유에 등유를 섞는 등 원래 석유에 등급이 떨어지는 다른 석유를 섞는 방법이 많이 쓰인다. 몰래 유통시키는 경우가 일반적이지만 일부에서는 소비자가 먼저 찾는 경우도 많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물류 차량 같은 경우 연료비를 스스로 충당 해야하는 만큼 저렴한 연료를 찾게 된다"며 "이 경우 주유소에서는 발각될 위험이 있는 만큼 노상이나 공사현장에서 경유 대신 등유를 섞은 가짜 경유를 찾아 주유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연비 20%줄고, 엔진도 멈춘다=문제는 모르고 가짜 석유를 넣게 되는 경우다. 이 경우 차량의 성능저하, 연비 절감 등 피해가 크다. 가짜 석유의 폐해는 한국석유관리원 석유기술연구소가 올해 실시한 실험에서 잘 드러난다. 석유관리원은 5월부터 실제 차량에 가장 흔히 사용되는 용제로 만든 가짜석유를 주유해 배출가스 및 연비시험을 실시했다. 1차 시내 주행모드 실험에서는 망치로 두드리는 듯한 소리가 나는 현상이 발생했고, 7월 실시한 2차 실험 중에는 결국 운행 중 시동이 꺼져버렸다. 재시동도 불가능했다. 연비 손해도 있다. 석유관리원에 따르면 가짜 휘발유를 사용할 경우 실 주행연비 하락 비율이 18%에 이른다. 가짜 경유도 5% 가량 연비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유비에 수리비까지 더 많은 비용이 빠져나가 가계에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디젤 소유주는 특히 주의해야=업계에서는 디젤 차주들이 더욱 더 가짜 석유에 관심을 가질 것을 당부하고 있다. 지난 몇 년 간 가짜 휘발유에 대한 단속과 처벌이 강화되면서 휘발유의 경우 가짜가 많이 줄었지만 경유에 등유를 섞는 식의 가짜 경유는 아직까지 많이 퍼져 있기 때문이다. 석유관리원은 가짜 휘발유의 경우 시너를 이용한 제조방법이 70% 이상이라는 점을 파악하고 최근 2~3년 간 시너 제조공장부터 유통과정을 추적, 불법 가짜 휘발유 제조 시설을 상당 부분 적발하는 성과를 냈다. 이에 시너를 이용한 가짜 휘발유는 현재 3년 여전과 비교해 50% 이상 줄어든 것으로 파악된다. 주유소협회 관계자도 "가짜휘발유는 대부분 근절이 되었다고 보여지고 현재 유통되는 가짜석유는 대부분 가짜 경유"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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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휘발유도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시너가 아닌 다른 용제를 섞거나, 폐휘발유를 섞는 등 제조 방식이 다양화 되고 있다"고 전했다.

◇내 차에 대한 관심이 가짜 석유를 피한다=가짜 석유를 모르고 주유하는 것을 피하기 위한 방법으로 우선 한국석유관리원이 보증하는 정품 석유 사용 주유소를 확인해 이용할 수 있다. 석유관리원은 협약을 맺은 주유소를 대상으로 석유품질 보증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홈페이지에서도 확인할 수 있으며 주유소 현장에도 마크 및 스티커가 부착되어 있다. 석유관리원 관계자는 "협약을 맺은 주유소는 매월 불시에 점검을 받는 등 집중 검사가 이루어 지는 곳"이라며 "만약 발각될 경우 보증프로그램에서 제외됐다는 사실도 표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프로그램은 정유사 간판을 달지 않은 이른바 무폴 주유소만으로 운영한다는 점에서 집주변에서 쉽게 찾기는 어려운 불편함이 있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에 본인의 차량상태에 관심을 기울이는 노력이 가짜 석유 피해를 줄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한다. 업계 관계자는 "평소 출퇴근할 때 소리가 다르다든지, 주변에서 배기관에 그을음이 많이 생긴다고 할 경우 곧바로 확인을 해볼 필요가 있다"며 "이게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말했다.

김흥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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