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메이카는 몬도 트랙에 엎드려 감격의 눈물을 흘렸고 미국은 아쉬운 미소를 남기고 발걸음을 돌렸다.
자메이카의 베로니카 캠벨 브라운(29)이 미국이 자랑하는 ‘양강’을 따돌리고 세계선수권에서 첫 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캠벨 브라운은 2일 대구스타디움에서 벌어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여자 200m 결선에서 22초22의 올 시즌 개인 최고기록으로 1위로 골인했다. 2ㆍ3위에는 미국의 카멜리타 지터(22초37)와 앨리슨 펠릭스(22초42)가 자리했다.
캠벨 브라운은 올림픽에서는 2004년 아테네 대회와 2008년 베이징 대회까지 200m 2연패를 달성했지만 세계선수권 금메달은 2007년 오사카 대회 100m에서 따낸 1개가 전부였다. 특히 2007년 대회와 2009년 베를린 대회 200m에서는 연속 은메달에 그쳐 아쉬움이 컸다. 올 시즌 200m 최고기록도 지터(22초20)에 뒤진 22초26이었다.
그러나 이번 대회 100m에서 지터에 밀려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던 캠벨 브라운은 더 이상 질 수만은 없었다. 중반까지 선두로 달리다 바로 옆 레인의 지터에게 역전을 허용하기도 했던 캠벨 브라운은 놀라운 뒷심을 발휘해 이내 선두를 탈환한 뒤 그대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반면 지터는 힘이 떨어진 듯 막판 스퍼트 대결에서 캠벨 브라운에게 완패했다.
캠벨 브라운은 레이스를 마치자마자 그대로 엎드려 기쁨의 눈물을 쏟았고 지터와 펠릭스는 씁쓸한 표정으로 관중석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캠벨 브라운에게 가로막힌 지터는 이번 대회 2관왕이 불발됐고 펠릭스는 세계선수권 200m 4연패에 실패했다. 특히 지터와 펠릭스는 이날 대회 조직위원회가 내놓은 ‘데일리 프로그램’ 안내 책자의 표지 모델이었다. ‘표지에 실리면 미끄러진다’는 ‘저주’가 다시 한번 확인된 셈이다.
한편 남자 100m에서 부정출발로 실격했던 우사인 볼트(25ㆍ자메이카)는 남자 200m 준결선에서 20초31의 전체 2위 기록으로 결선(3일 오후9시20분)에 안착했다. 경기 후 볼트는 신고 있던 스파이크를 관중석에 던지는 화끈한 팬 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밖에 케냐의 비비안 체루이요트(28)는 여자 5,000m 결선 금메달로 1만m에 이어 대회 첫 2관왕에 올랐고 러시아의 마리아 아바쿠모바(25)는 여자 창던지기에서 71m99를 던져 첫 대회 신기록의 주인공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