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에 인생을 싣고, 사랑을 싣고
하춘화 데뷔 40년 세종문화회관서 기념공연
가수 하춘화가 이달 23일과 24일, 데뷔 40주년을 기념하는 콘서트를 연다.
그의 나이를 생각한다면 데뷔 40주년이라는 말은 사뭇 의아하게 다가온다. 하지만 여섯 살 때부터 정식음반을 내고 활동해 왔음을 알게된다면 금새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의 말대로 노래와 함께 산 인생인 셈이다.
나이로는 훨씬 연상인 가수 나훈아도 무대 아래에서 그의 공연을 구경하고 사인을 받아간 적이 있을 정도다.
하춘화는 만 여섯 살때인 61년, 작곡가 현석기씨의 권유로 음반을 냈다. "제가 하춘화예요 금년에 일곱살입니다"라고 시작되는 이 앨범은 가수 하춘화의 보물 중 하나. 데뷔 40주년 기념콘서트도 당시의 이 목소리를 들려주는 것으로 문이 열린다.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릴 '하춘화 노래 40년'은 1년여전부터 준비해 온 무대. 합창단 200명, 밴드 100명, 무용단 80명이 동원되는 매머드 급 공연이다.
'잘했군 잘했어' '영암 아리랑' '물새 한 마리' '날버린 남자' 등의 히트곡을 비롯, 총 2000여곡에 달한다는 하춘화의 노래를 골고루 맛볼 수 있는 자리다.
하춘화는 이와 동시에 한국가요사를 돌아보는 무대를 선보이겠다는 각오다. 그가 데뷔한 60년대 이후는 물론 '황성옛터' '타향살이' ' 굳세어라 금순아' 등 시대별 대표곡을 불러 우리 가요 70년 흐름을 정리하는 공연으로 꾸민다는 것.
40년을 대중가요와 함께 살아온 사람으로서 제대로 된 사료조차 남아있지 않은 대중가요사의 정리에 책임감을 느낀다는 게 그의 전언이다.
지난해 동국대에서 받은 석사학위 논문주제 역시 신민요와 트로트 가요를 비교 분석한 '한국 가요의 원류와 변천에 관한 연구'였을 정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그는 "지난 40년간의 활동을 스크랩해 놓았는데 대중가요사 연구를 위해 필요하다면 훗날 공공기관에 기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대중가요를 전문으로 가르치는 학교를 설립하고 싶다는 소망을 조심스럽게 피력하기도 했다.
MBC가 주최하는 이번 공연의 수익금은 전액 불우이웃돕기를 위해 쓰인다. '물새한마리'가 히트, 큰 인기를 얻게된 16세때부터 시작된 그의 선행은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사회에 봉사하는 가수가 되어야 한다'는 아버지의 말에서 비롯됐다 한다.
그는 시골 고향마을에 고등학교를 세웠는가 하면 이웃사랑 실천으로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다.
하춘화는 지난 연말, 히트곡과 신곡을 CD두장으로 꾸민 40주년 기념앨범을 선보인데 이어 이번엔 기념화보집도 선보인다. 하춘화의 노래인생을 사진으로 엿볼 수 있는 이 화보집은 시중에 판매되지는 않고 23~24일 공연장에서만 구할 수 있다.
1961년 '효녀심청 되오리다'로 가요계에 데뷔, 수많은 히트곡을 발표하며 최다 개인공연 기록으로 기네스북에까지 오른 가수. "노래도 나이를 먹으며 깊어집디다"라는 그이의 말처럼 연륜이 묻어나는 깊이 있는 무대를 기대해도 좋을 듯 하다.
김희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