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저금리정책은 약달러 추세를 가속화시켜 통화가치 방어를 위한 세계 각국의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2년간에 걸친 초저금리 기간을 명시함에 따라 달러캐리 트레이드(이자가 싼 국가에서 빌린 돈으로 신흥시장의 주식이나 석유ㆍ금ㆍ구리 등 국제 원자재시장 등에 투자) 현상도 다시 활개를 칠 것으로 전망된다. FRB의 발표 이후 엔화 환율 방어를 위해 최소 4조5,000억엔을 쏟아부은 것으로 추정되는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BOJ)은 외환시장 개입이 5일 만에 헛수고가 됐다며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10일 엔화는 다시 강세를 보이면서 달러 대비 환율이 개입 이전 수준인 76.75엔으로 되돌아갔다. 스위스프랑도 강세를 이어가면서 장중 달러당 0.7068프랑까지 떨어져 사상 최저가를 갈아치웠다. 이는 1971년 1월 이래 최대폭의 강세다. 따라서 스위스중앙은행(SNB)과 BOJ의 시장개입 가능성이 다시 커지고 있다. 디르크 슈마허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는 "스위스프랑의 강세를 더 이상 시장에서 제어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SNB의 시장개입 가능성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이처럼 세계 각국의 환율전쟁이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더욱 힘을 얻는 것은 약달러 기조가 지속될 가능성 때문이다. 미국의 재정적자와 부채 문제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고 미 정부도 약달러정책을 계속 용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도 미국의 달러약세를 저지하기 위한 채비에 나서고 있다. 스위스와 일본ㆍ터키 등 각국이 환율방어를 위해 기준금리를 올리거나 환시장에 개입해 환율 끌어내리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통화강세가 두드러진 캐나다와 뉴질랜드 중앙은행도 곧 행동에 나설 것으로 시장은 관측하고 있다. 캘럼 헨더슨 스탠다드차타드 외환 리서치 부문 글로벌 책임자는 "다시 불붙은 환율전쟁은 각국이 기존의 달러화 약세에 대응하는 수준을 넘어설 것"이라며 "앞으로 각국 외환당국의 시장개입은 더 잦아지고 달러화에 대한 악감정도 보다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제 외환시장의 안정성을 도모하기 위한 주요20개국(G20)의 공조 가능성이 점점 희박해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위안화 절상 여부를 두고 선진국 진영과 중국이 주도하는 신흥국 진영이 맞서고 있다"며 "이 때문에 G20이 외환시장에 공동개입 결정을 내리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선진국 간 환율전쟁이 가열되면서 아시아 국가들을 포함한 경제신흥국들의 통화가치도 한층 오를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들 나라 대부분의 수출의존도가 높아 통화가치가 오를수록 수출성장세가 탄력을 잃게 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들 나라는 수출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 시장개입을 통한 통화강세 차단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선진국 간 환율경쟁의 틈바구니에 금리인상 압력이 가중되고 있는 한국과 브라질ㆍ필리핀ㆍ태국 등이 자국 통화강세를 차단하기 위해 시장개입을 더욱 자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FRB가 앞으로 2년 동안 금리를 인상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은 곧 마음 놓고 달러캐리 트레이드를 하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달러캐리 자금은 금리가 높은 신흥국 자산으로 움직일 것이 뻔하다. 이 때문에 신흥국 통화가치가 급등하는 것이다. 장화탁 동부증권 이코노미스트는 "FRB가 2년 동안 초저금리를 약속한 만큼 향후 1년 동안 달러캐리 트레이드 청산 리스크는 사라진 셈"이라며 "FRB가 미국 달러화를 캐리해서 마음 놓고 위험자산에 투자하라고 권유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