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대선주자 특보의 단독 드리블

한나라당 대선 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의 법률 특보가 12일 기자회견을 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흠’을 파헤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지난 9일에 이어 이날도 구체적인 문제 제기는 하지 않고 “움직일 수 없는 증거를 3월에 내놓겠다”고만 언급했다. 박 전 대표는 이미 개별 검증은 안된다고 경고를 보낸 바 있다. 그런데도 정인봉 특보는 내용이 빠진 예고편 기자회견 ‘2탄’을 열었다. 이에 대해 그는 “내 마음의 지시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표의 지시를 받아들이지 않은 상황을 얼버무리다 보니 나온 논리다. 아르헨티나 축구대표팀 출신 마라도나가 86년 월드컵에서 손으로 골을 넣은 뒤 “신(神)의 손이었다”고 주장한 것만큼이나 기묘하다. 이명박 진영에서는 “한쪽에서는 만류하고 한쪽에서는 총대를 매 네거티브의 부담은 피하면서 효과는 높이는 전략”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이 전 시장도 전날 직접 쓴 글에서 “당 안에서 ‘조직적으로’ 음해와 모략이 나온다”고 거론했다. 당내에서도 정 특보의 ‘개인 플레이’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이 많다. 도가 지나치면 결국 박 전 대표에게 독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않다. 정 특보는 “그런 것 생각하지 않고 회견을 하고 있다. 그러니 난 경솔한 사람”이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유력 대선 주자의 법률 특보인데도 자신이 보좌하는 예비 후보의 지시도 듣지 않고 또 그 후보의 득실도 생각하지 않는다면 도대체 그가 캠프에서 하는 일은 무엇인가. 공교롭게도 이 와중에 박근혜파로 분류되는 김정훈 의원이 나타나 “이런 개별 기자회견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만류했다. 정 특보는 불쾌한 듯 자리를 피했는데 같은 캠프의 두 사람이 바깥에서 공개 설전을 벌이는 상황도 어딘지 어색하다. 일단 정 특보가 이 일에 정치 생명을 건 만큼 그의 폭로 내용은 두고 볼 일이다. 하지만 후보와 특보의 ‘엇박자’는 여전히 이해하기 어렵다. 아마 ‘짜고 치는’ 것 아니면 박 전 대표의 측근 장악력이 부족한 것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아니면 후보가 미국에 있어서 특보가 ‘마음의 지시’에 따르고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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