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기고] 생보사 잉여금 배분과 기업공개

덥고 짜증나는 한여름 우리를 더욱 곤혹스럽게 만드는 일들이 우리 사회에 너무 많이 발생하고 있다. 후진국일수록 합리적 이론과 적법한 절차보다는 목소리 큰 사람이 세상을 흔든다고 하는데 우리 사회가 지금 그 모양인 것 같아 안타까운 심정이다. 지난 몇주동안 생보사의 기업공개와 잉여금 배분문제가 매우 시끄러웠는데 좀더 합리적이고 이성적 판단을 구하기 위하여 보험학자로서 보다 체계적인 설명의 필요성을 느꼈다.생보사의 잉여금 배분문제를 논하기 위하여 우선 생명보험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의 대표적인 형태인 상호회사와 주식회사에 대하여 이해하여야 한다. 상호회사의 주인은 생명보험에 가입한 계약자집단이고 기업경영의 주된 목적은 주인인 계약자에게 양질의 보험을 저렴한 원가로 제공하는 것이며, 기업 경영의 결과는 모두 주인인 계약자에게 귀속되므로 잉여금 배분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한편 주식회사 형태의 생명보험 기업은 영리를 목적으로 주주가 투자한 자본금에 의하여 설립되고 법적인 주인은 주주인 것이다. 일반적으로 주식회사에서 경영의 결과와 책임은 주주에게 돌아가는 것이나, 주식회사 형태의 생보기업에서는 생명보험회사의 특성에 기인하여 여타의 경우와 동일하게 생각할 수 없다. 특히 생보 주식회사가 배당부 상품을 판매하는 경우 생보사업에 따른 잉여금은 주주에게만 귀속되는 것이 아니고 계약자배당 형태로 상당한 부분이 계약자의 몫으로 처분돼야 한다. 즉 생보주식회사에서 주주에게 귀속되는 순이익의 개념은 보험사업에 따른 총잉여금에서 계약자배당을 공제한 잔여분인 것이다. 총잉여금의 몇%를 계약자 배당으로 배분하는 가는 기업의 재무상태, 시장 경쟁여건, 감독규제의 내용에 따라 좌우되지만 세계적인 추세는 80∼90% 정도이다. 생보상호회사의 생명보험상품은 모두 배당부 상품인데 반하여 생보주식회사의 상품은 배당부상품 또는 무배당부 상품이지만 생보사업의 특성때문에 생보주식회사도 배당부상품을 주로 판매하고 있다. 생명보험은 본질적으로 보장성기능과 함께 장기저축성 특성이 강하므로 보험가격의 원가요소인 예정사망률 및 예정이자율을 안정적으로 책정하고 이에 따라 잉여금이 발생하여 계약자배당의 방법으로 최종보험료가 정산되는 배당부 상품이 일반화되고 있다. 현실적인 문제로, 생명보험시장에서 자유경쟁이 보장되고 계약자배당제도가 완전히 정착된 상황이라면 생명보험주식회사의 계약자 배당은 개별회사의 전략적 판단에 의하여 결정되나, 계약자보호 측면에서 감독당국의 최저선 규제는 가능한 것이다. 여기서 강조되어야 할 것은 생보주식회사가 배당부 상품을 판매한다고 하여 생보상호회사와 그 성격을 동일시해서는 안된다. 몇몇 생보주식회사의 기업공개와 관련하여 여러 가지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데 이론적인 관점에서 문제를 분석해 본다. 첫쩨, 비상장 기업인 생보주식회사의 상장여부는 당해 기업의 상장의지와 증권시장의 법률적 상상조건의 충족 여하에 따른 것이지 생보주식회사는 상장해선 안된다는 논리는 근거가 없다. 둘째, 생보상호회사가 그 법률적 형태를 주식회사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기존 계약자에게 신주인수권을 부여하는 것은 합리성이 있으나, 비상장 생보주식회사가 상장될 때 보험계약자에게 신주인수권을 주어야 한다는 것은 이론적으로 맞지 않는다. 생보주식회사의 계약자는 회사의 주인이 아니고 잉여금으로부터 공평하고 충분한 계약자 배당을 받을 권리만 있는 것이다. 셋째, 생보주식회사의 비상장 주식을 상장할 때 주가 평가에 있어서 신중을 기해야 한다. 즉 주가에 반영되는 생보주식회사의 순자산가치를 평가할 때 계약자에게 선 지급돼야 할 잉여부분이 반드시 공제되고, 공제된 잉여부분은 계약자의 몫으로 처분돼야 한다. 넷째, 이러한 과정을 거친 후에 상장된 주식의 가치는 전적으로 주주의 몫이고 계약자와는 전혀 무관한 것이다. 특정회사의 기업공개를 논할 때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지금까지 계약자 배당이 충실히 이행되어 왔는지 여부이며 향후 보험계약자 및 감독당국이 노력해야 할 것은 보험계약자 이익보호를 위한 계약자 배당이 공평하고 합리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주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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