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고객의 눈높이로

민간기업은 물론이고 정부기관에서도 고객을 유인하기 위한 각종 아이디어와 정책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점차 쌍방향 의사소통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정부기관도 수요자의 눈높이에 맞춰 정책을 추진해야만 내실을 기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우리나라는 지난달 오타와에서 일주일간에 걸쳐 열린 캐나다 IT정부조달박람회의 주빈국으로 초청받았다. 전자정부 추진상황과 전자정부 IT 솔루션 등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조달청도 캐나다박람회에 별도로 마련된 한국관에서 국가종합 전자조달시스템인 코넵스(KONEPS)의 체험 프로그램을 가동하도록 돼 있었다. 캐나다박람회는 전세계 200여개의 IT 기업들과 7,000여명의 정부조달 담당자들이 참석하는 의미 있는 행사였다. 따라서 첨단 IT 기술을 활용한 KONEPS의 체험 프로그램을 보여주는 것은 전자조달 브랜드를 해외에 확산시킬 수 있는 계기라는 판단이 섰다. 곧바로 박람회에 선보일 KONEPS 체험 프로그램을 점검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담당팀장은 일반적인 입찰절차에 따른 순서로 매뉴얼화된 KONEPS 체험 프로그램을 시연했다. 전체적인 구성에는 무리가 없었지만 국내 입찰절차에도 생소한 외국 구매 담당자들이 이해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보완작업을 요구했다. 체험 프로그램인 만큼 관람객들이 現장에서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도록 상세한 안내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체험 프로그램의 매 단계마다 눈에 띄는 붉은 글씨로 안내문을 곁들여 관람객들이 시스템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 것을 주문했다. 당초의 체험 프로그램은 수요자보다는 실무 담당자들의 눈높이에 맞춰왔던 행정관행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고객의 눈높이를 중시하는 흐름은 초일류 기업에서도 대세가 된 지 오래다. 그 어느 분야보다도 치열한 전쟁터인 컴퓨터업계에서 마이크로소프트사가 거침없는 성장을 거둘 수 있었던 것도 쌍방향 의사소통을 통한 고객의 눈높이를 중시했던 빌 게이츠라는 걸출한 인물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빌 게이츠는 1년에 두 차례 미국의 서북부 호숫가에 있는 별장에 머물면서 ‘생각 주간(Think Week)’을 갖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이 기간 동안 가족들의 방문도 차단한 채 세계 각국의 마이크로소프트사 직원들이 작성한 보고서를 읽으면서 고객들의 눈높이를 점검하는 것을 경영의 최우선 순위로 삼아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지난 74년 2명으로 시작한 마이크로소프트사는 2만여명의 직원을 거느린 글로벌 기업으로 초고속 성장할 수 있었다. KONEPS 체험 프로그램은 고객의 눈높이에 맞춘 기업형 서비스 기관으로 활로를 모색해야 하는 조달청의 좌표를 일깨워준 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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