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저금리 정책의 재고 필요성

경제에서 금리는 신호등 역할을 한다. 신호등의 빨간 불과 파란 불처럼 이론적으로는 금리가 오르면 생산자는 투자를 소비자는 소비를 줄이며 저축을 늘리고, 금리가 내리면 반대로 행동한다. 시장 메커니즘이 제대로 작동하는 경제의 시장 참여자들은 금리라는 신호에 따라 행동한다. 90년대 이후 미국 경제는 한동안 그린스펀 FRB의장의 신호에 따라 모든 경제주체가 일사분란하게 움직였었다. 60년대 이후 고도 성장기의 일본 경제도 금리와 경기순환간 높은 상관 관계를 나타내 왔다. 물론 위에서 언급한 미국과 일본의 성장은 많은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지만 금리가 경제 주체들의 행동을 통제하는 중요한 시그널이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이처럼 금리가 시그널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정책당국과 시장 참여자들 간에 신뢰관계가 형성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시장과 정책당국 간의 시각 차가 생기기 시작하면 금리는 신호등 역할을 할 수 없게 되고 경제는 사방의 차가 얽혀버린 교차로처럼 꼬여버리게 된다. 지난 10일 금융통화위원회는 가계대출 증가, 부동산 거품 등 부작용을 우려하면서도 금리인상이 불안심리를 증폭시킬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금리를 동결했다. 그 소식을 전해들은 증시는 즉각적인 반응을 나타내 심리적 지지선인 600선을 하향 돌파했다. 증시 상황을 고려하여 내린 조치에 왜 시장은 투매로 응답했을까? 시장이 원한 것은 경제 불안 요소 즉 부동산 거품과 가계부실을 막으려는 정책 당국의 의지가 아니었을까? 필자는 지난해 2월 국회 대정부 질문을 통해 저금리 기조가 한계기업의 퇴출 지연, 이자소득자의 소비 위축 등 부작용을 우려하여 저금리 정책의 수정을 주장했다. 만약 당시 금리인상을 통해 구조조정이 진전되었다면 현재 우리 경제는 한층 체질이 강화되지 않았을까? 고름을 짤 때는 확실히 뿌리를 뽑아야 하듯 부실기업의 구조조정 역시 확실하게 진행해야 한다. 일본이 제로금리 정책을 선택한 지 몇 년이나 흘렀지만, 아직도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구조조정 지연 때문이다. 이처럼 증명된 사례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저금리 정책을 고집하는 것이 과연 현명한 처사일까? 저금리 기조에 의한 경제 체질의 약화는 작은 외부적 충격에도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금리가 하루빨리 경제 신호등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길 기대하며 기업의 투자 활동은 금리보다는 생산활동의 수준에 좌우되는 경향이 크다는 실증분석을 정책당국은 상기하길 바란다. /조재환<민주당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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