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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7,523건ㆍ3,900억弗… 오지서 '건설 코리아' 꽃피워

[창간 기획] 해외건설 수주 50년 대한민국을 일으켰다<br>■ 땀·눈물로 일군 개척사<br>1965년 태국 고속도로 첫 테이프 중동 텃밭삼아 '세계 2위' 올라서<br>환란후 수주 포기 고비 맞았지만 UAE 원전 수출등 제2중흥기 펼쳐


지난 1963년 1차 오일쇼크에 이어 1978년 한국경제는 또다시 위기에 직면했다. 유가가 급등하면서 1973년 3억880만달러였던 경상수지 적자가 이듬해 20억2,270만달러로 무려 6.5배나 급증했다. 그대로라면 국가 파산에 직면할 상황이었다. 1972년 건설사들의 중동진출은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이었다. 1980년대에만도 564억달러의 오일머니를 벌어들인 건설산업은 이후 한국경제가 성장가도를 달릴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1965년 태국에서 첫 해외건설 수주가 이뤄진 후 지금까지 총 7,512건, 3,900억달러라는 어마어마한 수주성과를 올렸다. 모든 것이 낯선 열사나 오지의 땅에서 쏟아낸 건설인들의 땀이 전쟁의 폐허와 가난에 허덕이던 한국을 일으켜 세운 것이다.


◇눈물의 개척시대(1960~1974)=광복 이후 국내 건설업체들의 먹을거리는 오로지 미군 공사였다. 미 군정청이 발주한 군사시설물을 중심으로 다양한 시공경험을 축적할 수 있었던 미군 공사는 해외진출을 앞둔 건설업계에 최고의 교육장이었다.

1960년대부터 시작된 베트남 전쟁에 한국군이 참여하면서 동아시아를 중심으로 건설업체들이 본격적으로 해외시장의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1965년 12월 우리나라 건설역사상 처음으로 해외수주가 이뤄졌다. 태국 남단 말레이시아 국경 인근의 두 도시 빠따니와 나라티왓을 잇는 고속도로 공사를 현대건설이 수주한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결국 적자공사로 끝나기는 했지만 우리에게는 '글로벌 스탠더드'를 배운 소중한 경험이었다.

◇중동을 텃밭으로(1975~1992)=월남에서 미군이 철수하기 시작한 1973년을 전후로 '베트남 특수'가 막을 내리면서 우리 건설업체들은 중동의 산유국으로 발길을 돌린다. 1973년 삼환기업이 첫 테이프를 끊은 중동수주는 현대건설이 1976년 '20세기 최대의 역사'라 불리는 사우디아라비아 주베일 신항만 공사를 맡으며 본궤도에 올랐다.


당시 중동은 우리 건설인들에게 꿈의 땅이었다. 몇년간 고생하면 집도 사고 자녀들도 공부시킬 수 있었다. 말 그대로 해외건설의 중흥기였다. 1981년 전체 125억달러의 수주를 기록하며 미국 다음으로 세계 2위 해외건설 강국에 등극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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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시장 확대와 외환위기의 아픔(1993~2003)=1995년 12월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 페트로나스타워 공사현장. 두 대의 타워크레인을 통해 마침내 88층에 마지막 콘크리트가 부어졌다. '높이 452m(첨탑 포함), 88층'의 세계 최고층(당시 기준) 건물이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국내 건설업체(삼성물산)가 초고층 분야 세계 최고기업의 반열에 드는 순간이기도 하다.

1993년부터 1997년까지 국내 건설업체들은 아시아 지역에서 새로운 활로를 찾았다. 싱가포르ㆍ말레이시아 등에서 초고층 빌딩 등 각종 개발사업을 잇따라 수주했다. 이 시기에는 그간 중동 중심의 시장에서 아시아시장으로 해외수주가 전환되며 아시아 지역 수주 점유율이 한때 60%를 넘기도 했다.

그러나 1998년 이후 외환위기의 여파로 국가신용도가 하락하면서 해외건설은 다시 위기를 맞는다. 자금줄이 막히면서 건설사들은 눈물을 머금고 애써 수주한 사업을 포기해야 했다.

◇해외건설의 '꽃'을 품다(2004~2010)=지난해 12월27일 아랍에미리트(UAE) 수도 아부다비에 있는 현대건설 현지 지사에는 환호성과 눈물이 교차했다. UAE를 방문해 지원외교를 벌인 이명박 대통령이 현지에서 수주를 공식 선언하며 고부가가치 집약사업으로 '해외건설의 꽃'이라 불리는 원자력발전소 수출의 신화를 쓴 것.

해외건설은 2004년 이후 제2의 중흥기를 맞고 있다. 해외 플랜트 수주의 폭발적 증가에 힘입어 2007년 397억달러, 2008년 476억달러, 지난해 491억달러로 매년 수주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올해 역시 상반기에만도 364억달러를 수주해 해외수주 600억달러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그러나 해외건설은 이 같은 화려한 성과 속에서 또 하나의 도전에 직면해 있다. 한국에 먹을거리를 빼앗긴 유럽 업체들의 견제가 매섭고 토목시장에서 중국 등 개발도상국의 성장세도 무섭다.

김태엽 해외건설협회 기획팀장은 "중동과 플랜트에 집중된 수주와 열악한 파이낸싱 환경을 개선하지 않으면 우리의 해외건설은 언제든지 또 다른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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